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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에 맞서 투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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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스빌  (2014.07.24)  



 


반이 


퀴어문화축제!


축제라는 말은 듣기만 해도 설레고 신난다. 게다가 사회에서 차별과 억압을 받아 온 성소수자들이 거리로 나와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축제라니! 이 뜻깊은 축제에 섹슈얼리티 탐구 모임을 표방하는 우리 동행이 참가하지 않을 수 없었다. 퀴어문화축제의 가장 화려한 꽃, 퀴어퍼레이드가 67일 신촌 연세로에서 열렸다.


올해 퀴어퍼레이드는 시작부터 다사다난했다. 퍼레이드를 2주 앞두고 서대문구청이 퀴어문화축제의 장소 사용 허가를 갑작스럽게 취소한 것이다. 서대문구청은 세월호 관련 국가적 추모 분위기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어느 기자와의 통화에서는 퀴어문화축제의 개최를 반대하는 여론이 많아 부득이하게 행사 승인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서대문구청의 민원게시판에는 에이즈 확산하는 동성애’, ‘당신의 자녀가 동성애자가 되면 좋겠냐는 혐오의 글들이 올라왔고, 글을 쓴 이들은 대부분 보수 기독교인들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방해에도 불구하고 주최측은 행사를 취소하지 않았다. 무대와 부스, 행진구간 전체를 집회신고 낸 상태였기 때문에 구청이 취소를 했더라도 불법은 아니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난관이 많았지만 행사 당일에는 예정대로 축제가 열렸고, 주최측 추산 약 15천명이 모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선 신촌에서 가장 먼저 받은 유인물은 세월호 유인물이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읽어 내린 유인물은 시작만 세월호고, 결론은 에이즈를 확산하는 게이축제 반대한다였다. 두 번째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후다닥 사람들의 손에 한 장씩 들려주고 달려간 수상쩍은 사람의 유인물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동성애는 치유와 회복이 가능하다회개하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기독교인으로서 그들의 이러한 작태가 심히 불편했다. 주위를 둘러 보니 혐오 세력들은 전부 기독교인들이었다. 퀴어문화축제 무대 바로 옆에서 반대 집회를 연 교인들, 확성기를 들고 부스 행사장 인파 사이를 걸으며 동성애는 죄악이다를 외치는 사람들, 행사장 건너편에서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내용을 쓴 피켓을 들고 서있는 사람들...


그러나 참가자들은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성소수자와 함께 하는 기독교인들이 부스를 냈고,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사람들의 폭력적인 언사에도 동요하지 않고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또 저들이 세월호를 외치다가 결론은 동성애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때 조용히 유가족들이 진행하는 천만인 서명에 동참했다. ‘주의 이름을 들먹이며 혐오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피켓 앞에는 즉석에서 주여, 혐오를 일삼는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자기의 하는 일을 알지 못하나이다라는 피켓을 만들어 맞피케팅을 하기도 했다. 후에 들은 이야기지만, 인파 가운데 올라서서 회개 안 하면 지옥간다고 외치던 사람에게 참가자들이 사랑해, 사랑해를 연호했고, 결국 그 사람이 함박웃음을 터트린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더이상 혐오하는 발언을 하지 못하고 내려왔다고.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는 슬로건을 눈으로 확인하던 순간들이었다.


퀴어문화축제의 파트너로 공식참여한 구글의 부스와 미국독일프랑스 대사관의 부스, 언니네트워크, 동성애자인권연대, 마포레인보우주민연대 등의 부스를 구경했고, 무대 행사에서는 얼마 전에 방송에서 커밍아웃을 한 김재웅 씨의 인사와 바나나캬라멜로 돌아온 게이시대, 언니네 비혼여성코러스 아는 언니들의 합창, ‘교회 다니는 여자들로 돌아온 군대 나온 여자들의 공연 등을 보았다. 재미있는 건 아는 언니들이 부른 복음성가 내가 천사의 말 한다해도가 울려 퍼지자 반대편에서 집회를 하고 있던 보수 기독교단체가 놀라 뒤를 돌아봤다는 후문이... :)


그리고 마침내, 고대하던 퀴어퍼레이드를 떠날 시간이 되었다. 그런데 퍼레이드를 시작하기 전, 잠시 한채윤 조직위원장님이 무대 위로 올라와 격양된 목소리로 상황을 알리셨다. “지금 퍼레이드가 행진할 저 골목 너머에서 어버이연합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단마디 비명이 한순간에 터졌다. 참가자들이 경악할 만도 한 것이, 어버이연합이 이제껏 집회가 있을 때마다 보여준 폭력적인 행태들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요도 잠시, 참가자들은 더 굳은 의지로 저들을 향해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를 외치며 행진할 준비를 했다. 퍼레이드는 퀴어문화축제를 지지하는 여러 목사님들의 축도로 시작됐는데, 성경을 무기 삼아 성소수자들을 혐오하는 말만 듣다가 성경 말씀을 인용해 성소수자들을 지지하는 말을 들으니 감회가 말로 할 수 없이 새로웠다. 또 그와 별개로 이번 퀴어문화축제가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기독교인과 성소수자와 함께 하는 기독교인의 싸움처럼 느껴져 종교를 가지지 않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느낄까, 생각하게 되기도 했다.


 


그렇게 시작된 퍼레이드는 각자 마음에 드는 트럭 뒤를 따라가며 트럭 위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퍼포먼스들을 만끽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렇게 5분 쯤 걸었을까. 퍼레이드 행렬이 멈췄다. 처음에는 사람이 많이 밀려서 그런 줄 알았으나, 행렬은 시간이 지나도 움직일 기미가 없어 보였다. 알고 보니 세월호 추모행사를 표방하며 퀴어축제 반대집회를 하고 계시던 분들이 우르르 몰려와 길거리에 누웠다는 것이다. 일부는 눈물을 흘리며 기도회를 열고. 내가 따르던 트럭은 3번 언니네트워크의 트럭이었는데, 트럭 위에서 춤을 보여주시는 언니 두 분이 당황한 참가자들을 위해 멈춰 선 트럭 위에서 아랑곳하지 않고 공연을 이어 나가셨다. 그렇게 40분 정도 춤을 추고 있을 때, 드디어 트럭이 움직였다. 그 순간 언니들과 참가자들이 눈빛과 함박웃음을 교환하며 느껴지던 카타르시스란!


그러나 온몸에 소름이 돋는 짜릿함도 잠시, 열 발자국 정도 움직였을 때 트럭은 다시 멈췄다. 아쉬움이 밀려왔지만 그래도 우리는 희망을 보았다며 다시 춤을 추며 놀았다. 그렇게 2시간이 흘렀다. 원래 1시간 일정인 퍼레이드라 넉넉했을 만큼 준비한 춤들이 바닥났고, 노래는 두 번째 흘러나오는 노래도 있었다. 지루했을 것 같은가? 아니다. 우리는 엄청나게 재미있었다! 세상에, 2시간 반이 넘도록 춤을 추면서도 지친 내색 없이 무대를 즐기고, 즉석에서 춤을 추다니. 참가자들은 언니들에게 환호했고, 행여나 언니들이 지칠까 봐 맥주와 온갖 간식거리를 사서 트럭 위로 올려주었다. 처음엔 서서 즐기던 참가자들이 길에 앉기 시작했고, 금전적으로 여유가 되는 사람들은 맥주와 감자튀김 등을 사와서 처음 보는 주변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 먹기 시작했다. 퍼레이드 참가자들은 밤을 새더라도 저들에게 질 수 없다며, 누가 오래 버티나 즐기면서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나는 당일에 내려와야 하는 사정이 있어 끝까지 함께하지는 못했다. 마지막까지 함께 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보수 기독교단체의 만행 덕분에(?) 1시간이면 끝났을 퍼레이드를 3시간 반이나 즐긴 것이 위안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자리를 떠난 뒤, 940분 경이 되어서야 1시간 가량 퍼레이드가 진행되었다는 후문을 전해 들었다. 참가자들이 퍼레이드 내내 반대 집회 사람들에게 사랑해요, 그래도 사랑해요!’를 외쳤고, 퍼레이드가 끝나자 기획단과 참가자들이 서로 고맙다고 외치며 울고 웃었다는 얘기들도. 다사다난했지만 퍼레이드를 무사히 마쳐서 너무나 다행이고, 자신의 존재를 반대한다며 혐오를 드러내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혐오로 맞서지 않는 사람들을 보며 참 많이 감동했고, 많이 배웠다. 정말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 준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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