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선미촌을 다시 걷다. > 활동소식

 

변화하는 선미촌을 다시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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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댓글 0건 조회 3,207회 작성일 21-05-26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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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0주년을 맞은 센터.
센터가 걸어온 길의 시작점이자 늘 주시하던 곳, 선미촌.
그 선미촌이 곧 완전폐쇄를 앞두고 있다.

선미촌의 현재는 매일이 변화의 과정이다.
2017년부터 시작된 전주시의 공간 매입이 현재는 7호점까지 이어졌다.
그곳들은 하나하나 각각의 역할을 시작해 오며
우리가 오래도록 그려 왔던 성평등 공간, 서점, 미술관,
그리고 새활용센터, 예술가들의 공간으로 거듭나
선미촌에 새로운 바람이 통할 수 있는 환기구가 되었다.
첫 번째 매입 건물의 오래된 벽이 무너져 좁은 골목이 넓은 공간으로 트였듯,
곳곳에 세워진 다른 공간들은 닫혀있던 선미촌 전체를 열었다.

그 사이에 자리한 업소들은 점차 힘을 잃었고
우리는 그 과정을 현장방문상담과 선미촌 걷기로 확인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어두웠고 오롯이 업소에서 밝히는 붉은 불빛만이 존재하던 거리는
파랗고 하얀 가로등으로 인해 환해졌다.
도로정비 사업으로 흙길이던 곳들에 블록이 깔렸고,
일렬로 주차된 차량이 가득하고 위험하던 도로가 가로수 나무가 있는 곡선거리가 되었다.
오랜만에 현장방문상담에 참여하는 타 기관 활동가들도 입을 모아
“선미촌이 이렇게 밤에 걷기 좋은 거리가 되었다니, 놀랄 정도다” 라고 말한다.

닫은 업소들은 굳게 쳐 놓았던 검정 커튼을 거두고 텅 빈 공간을 드러낸다.
폐업한 업소에서 헌 가구들을 철거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비어가는 선미촌 곳곳에 설치된 예술가들의 조형물과 전시공간 또한 새롭다.
골목을 환하게 비추는 등이 생기고, 그 공간에 인근 초등학생들이 적은 글자들도 보인다.
오랫동안 성매매 문제를 외면한 채 청소년출입금지 구역으로 지정 되어
도심 가운데 섬처럼 닫혀 있던 거리가, 공간이, 모두에게 열렸다.
낮에도 주민들조차 쉽게 걸을 수 없던 거리가, 누구든 걸을 수 있는 거리가 된 것이다.

지난 3월부터는 올해 6월 완전 폐쇄를 목표로
몇 대의 경찰 순찰차들이 저녁시간부터 새벽까지 선미촌에 상주하고 있다.
많은 기관과 사람들의 협력으로  도저히 사라지지 않을 것 같던 60년간 이어져온 선미촌이
그 막을 내리고 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진행 중인 선미촌의 변화를 통해
아직 남은 성매매집결지들과 또 다른 성착취의 현장도 이렇게 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을 본다.

글 ㅣ 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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