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착취구조해체를위한여성인권공동행동 '2020민들레순례단' > 활동소식

 

성착취구조해체를위한여성인권공동행동 '2020민들레순례단'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댓글 0건 조회 7,228회 작성일 20-10-05 15:43

본문

9월 23일은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된 날이다. 올해 시행된지 16주년을 맞이했다.
센터는 이날 성착취구조해체를위한여성인권공동행동 '2020 민들레순례단'을 진행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지역 참가자 모집을 하지 않고 단체 이동이 아닌 팀별 이동으로 군산승화원과 대명동 화재참사 현장을 순례하며 희생된 여성들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리고 개복동 화재참사 현장에 함께 모여 추모의례를 진행했다.
우리는 여성인권 역사의 현장을 순례하며 인권/재난의 사각지대인 성산업 착취구조를 해체시키기 위해 기억하고 행동하자고 다짐했다. 코로나19로 달라진 순례 풍경이었지만 우리의 발길은 올해도,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것이다.

--------------------------------------------------------------------------------------------------------------

[개복동 화재참사 현장에서 대독한 성매매경험여성자조모임 '키싱구라미'의 추모글을 공유합니다.]
 
올해는 군산 대명동화재참사 20주기를 맞는 해입니다. 벌써 언니들을 잃은 지 20주기가 되었습니다.
추모 글 낭독 시작 전 하늘을 보며 언니들께 묻고 싶습니다.
‘언니들, 밝고 넓은 하늘에서 잘 지내고 계시죠?’
 좁고 캄캄한 쪽방에서의 기억일랑 다 잊으시고 평안하시기를 마음 다해 바래봅니다.
2020년은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박사방사건의 경우 한국남성들이 한국여성들을 어떻게 취급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고백하자면, 사실 하나도 놀랍지 않았습니다. 우리에게 그런 일을 무수히 많았으니까요. 관심 가져야 하는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관심 갖지 않았습니다.
‘아, 일반 여성들이 피해자가 될 수 있으니까. 사회가 나서는 건가?’ 하는 생각마저 들어 '이제야' 관심 갖는 이들에게 화가 났습니다. 성매매 여성들은 성폭행, 인신공격, 협박, 폭력, 폭언, 착취, 불법촬영 등에 노출 된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일상을 견디는 동안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 하는 생각에 억울한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누군가가 죽어야, 더 많은 피해자가 생겨야 관심갖는 사람들을 보며, 세상을 바꾸는 일이 참 쉽지 않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끼게 됩니다.
코로나19, 그 무서운 바이러스 속에 사람들은 표정을 드러내지 않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기 급급하지만 유일하게 얼굴을 드러내며 웃어보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성매매여성들입니다.
성매매여성들은 마스크를 쓸 수 없습니다. 아직 성매매여성들은 위험 속에 단 하나의 보호막도 두르지 못한 채 하루하루 견디는 일상을 살아갑니다.
얼굴을 드러내놓고 구매자를 호객합니다. 일을 나가지 않을 수도 없고, 구매자가 줄어든다며 제발 살 수 있게 도와달라고 이야기 합니다.
코로나 세상에서 구매자가 줄어드니 하지 않아도 될 서비스를 하고 그 금액마저 줄어든다며 생계에 대해 걱정합니다. 생계를 위한 성매매, 선택지 없는 그 삶을 살아보았기 때문에 착찹한 마음에 저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습니다.
폭언과 폭력에 익숙한 사람, 매일매일 죽어가는 사람, 보호되지 않는 사람, 보호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죽어서야 사람들의 눈길을 받는 사람, 위험 속에 노출되어 하루하루 견디는 사람, 평범함이 무엇인 줄도 모르면서 평범해지고 싶어 하는 사람..
이 세상 그 누구도 그런 삶을 안고 살고 싶지 않습니다. 생계라는 이름으로 모든 폭력에 노출된 채 내던져지는 삶에 동의할 수 없고 지켜볼 수 없습니다.
언니들의 희생으로 인해 생긴 성매매방지법으로 새로운 삶의 기회를 갖게 된 우리는, 다시 또 언니들을 잃을 수 없습니다.
또 다시 언니들을 잃지 않기 위해 매년 9.23 군산에 방문할 때, 아프지만 희망찬 마음으로 다시 생각을 다졌습니다. 언니들이 주신 기회를 생각하고 함께하는 이들을 보았습니다. 그 힘을 받아 책임감으로 한 해를 보내곤 했습니다.
박사방과 코로나19를 겪는 세상 속에서도 언니들을 기억하며, 우리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부디 넓은 하늘에서는 평안하길 바랍니다.
언니들, 내년에 또 만나요
N개의 성착취 박살내고 눈부시게 성평등한 세상에서 만나자 우리
내년에는 좀 더 기쁜 얘기를 전할 수 있길 바래봅니다. 키싱구라미였습니다.

#그림li_pds_465_KakaoTalk_20200923_141932763-tile.jpg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