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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민들레순례단] 군산승화원 추모식에서 대독된 전북 성매매경험여성자조모임 키싱구라미 노블의 추모글을 공유합니다
언니들 안녕하세요.
전북 성매매경험여성자조모임 키싱구라미에서 활동 하고 있는 ‘노블’입니다.
처음
군산에 왔을 때 저에게 이 길은 아픔뿐이었습니다. 감금과 사람들의 무관심, 나의 과거와 언니의 아픔이 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9월 19일, 도와달라고 했으나 도와주는 이 하나 없던 그 날 언니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져 마음이 저릴 듯 아팠습니다.
희생 뒤 아무도 찾아주지 않은 존재로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의 가족이 되어 다시 나의 가족으로 이 길을 올 수 있었습니다.
작년 9월 역시나 언니들을 보고 집으로 돌아간 뒤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아픔이 있지만 다 같이 모여서 언니를 추억하고 함께 모여 있는 우리 모두가 있어서 자랑스럽고 벅찼기 때문입니다.
다음에 다시 올 때는 더 성장해 있으리라 다짐하며 또 다시 1년을 보냈습니다.
올해로 4번째 발걸음, 이젠 아픔을 뛰어 넘은 숙연함과 아련함으로 다가옵니다.
같은 길을 걸어온 언니가 여기 이렇게 있다는 사실에 여전히 마음이 아픕니다.
아쉽기만 합니다.
지금 이 순간 언니들이 세운 터전위에서 함께 이십대 그 날을 같이 이야기하고 떠올릴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같은 하늘아래 언니와 나 마주보며 이날을 기억한다면 어땠을까요.
벌써 성매매방지법 20주년입니다.
성매매방지법 20주년 되었건만 변한 것이 없다고 느껴집니다.
여전히 성매매여성이 처벌받고 성매매알선자와 구매자는 피해가고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증명해야하는 이 시대 그래서 이맘때가 되면 더더욱 보고픈 그리운 님이 있습니다.
그래서 하늘을 봅니다.
그 님이 부디 좋은 꿈 꾸시길.
언니 감사합니다.
저에게 그 님이 되어주셔서, 더 열심히 기억하고 전진하겠습니다.
또 다시 우리는 언니들이 너무나도 소중했던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언니들의 희생으로 성매매여성이 숨는 세상이 아닌 주체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세상, 우리의 기억이 증언이 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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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민들레순례단] 개복동 화재현장 추모식에서 대독된 전북성매매경험여성자조모임 키싱구라미 바라의 추모글을 공유합니다 .
언니들, 안녕하세요.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 전북 성매매경험여성자조모임 ‘키싱구라미’의 바라입니다.
9월, 잊지 않고 언니를 보러 왔어요. 언제쯤이면 슬픔과 눈물 보단 웃으면서 언니에게 편지를 쓸 수 있을까 생각하며 한자 한자 써내려갑니다.
문득 언니가 궁금해집니다. 언니들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20대
초반의 여성들을 볼 때면 ‘언니들도 저런 모습이었을까?’하며 상상해 봅니다.
제 나이 20대 초반에 언니들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센터에서 함께 임피로, 대명동으로, 개복동으로 행진하며 적잖은 충격이 있었습니다.
그날 저는 언니가 나였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같은 현장에 있었으니까요. 저와 제 친구의 일일 수 있었던 현장을 떠올리면 더 가슴이 먹먹해 집니다.
삶이 아까워서, 열리지 않는 문 앞에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슬픔에 빠져듭니다.
언니들을 알게 되고 종종 힘든 어느 순간을 마주하게 되면 언니들을 떠올렸습니다.
언니들에게 기대어 하소연하며 울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에게 언니들은 그런 존재였습니다.
세월이 지나고 점점 우리의 나이는 들어가지만 언니들은 그대로 20대에 멈춰있습니다.
언니들에게 기대 울고 싶은 세월이 지나 이제 언니들을 만난다면 꼭 안아주고 싶습니다. 외로웠을, 그리웠을 언니들을 생각하며 그저 안고 언니의 등을 토닥여주고 싶습니다.
언니, 올해는 성매매방지법 20주년입니다.
언니의 안타까운 희생으로 제정된 성매매방지법을 20년이나 지켜왔어요.
여전히 울고 싶은 하루의 연속이지만 많은 사람들의 희망 속에 성매매방지법을 지켜왔어요.
어떤 날엔 정말 성매매가 없어지는 게 가능할까 의심하고, 성매매여성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활동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고,
여전히 바뀌지 않는 현실에 좌절하며 여기 모인 우리 모두는 그렇게 20년을 버텨왔습니다.
그간 무너지는 순간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건 여전히 고맙고 미안한 존재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언니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제가 이렇게 멋진 존재가 될 수 있었을까. 제가 과연 저답게 저로서 내 두발로 설 수 있었을까.
멋진 동료들과 함께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었을까. 성매매방지법을 만나지 않았던 과거의 저를 돌아보면 아찔하기까지 합니다.
죽어야 사는 우리가 아니라 고마운 오늘입니다.
성매매방지법으로 인해 내 잘못이 아님을 알게 되었고, 성매매보호법으로 한 시민으로서 인정받으며 보호받고 지원받을 수 있었습니다.
성매매처벌법으로 나를 짓밟던 사람들을 처벌하고 그때 처음 법이 나의 편일수도 있구나 나도 보호받을 수 있는 존재구나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성매매여성들을 지켜 준 성매매방지법 20주년, 무엇이 달라졌을까 가만히 생각해봅니다.
가장 달라진 점은 최소한 성범죄자들이 성매매를 했다고, 동정 딱지를 뗐다고, 공공연하게 떠들 수 없게 되었다는 거예요.
범죄임을 인식하고 최소한의 부끄러움을 안겨 준 성매매방지법 20주년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성매매경험당사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거예요. 골방에서의 일은 성범죄자와 성매매여성만이 알 수 있잖아요.
그 일들을 성범죄자들의 조롱이 담긴 목소리가 아니라 경험당사자의 목소리로 힘 있게 잘못되었다 표현하는 사회가 되었다는 거예요.
물론 아직은 성매매경험당사자가 얼굴을 드러내고 활동 할 수는 없지만 성매매방지법 30주년이 되면,
성매매방지법 40주년이 되면 20년간 달라져왔듯이 앞으로의 20년도 달라진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이미 성매매경험당사자들은 북콘서트, 무한발설, 토크콘서트와 한국과 일본에서의 책 발간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자신들의 이야기를 발화하고 있습니다.
그로인해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고개를 끄덕여주고 있습니다.
이미 우리는 달라지는 세상 속에 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던져 봐도 차가운 벽에 닿는 메아리같이 돌아올 때 전세계 다양한 국가의 성매매경험여성들과 교류가 있었습니다.
국제적 연대는 나를 다시 한 번 힘내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언니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성매매방지법으로 인해 우리가 만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일본의 당사자들을 만났을 때 말은 통하지 않지만 우리가 지금 느끼는 것은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본 사이지만 같은 경험을 한 우리가 반갑고, 죽지 않고 살아 있어줘서 감사했고, 우리의 삶이 서글퍼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언니들을 보고 힘내 듯 우리를 보며 힘내고 있었습니다. 조금 더 나아질 거라는 기대와 연대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숨고르기는 이제 끝마쳐야할 시간입니다. 그들을 위해, 아직도 폭력의 경험을 눈과 몸에 새긴 여성들을 위해 우리는 한 발자국 더 나아가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국제적 연대로 다양한 인종, 국가의 성매매경험여성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저마다의 다양한 사연을 가진 폭력의 경험을 눈에, 몸에 새긴 여성들.. 그들은 나와 다르지 않습니다.
언니,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닙니다.
언니, 변화의 중심에 우리가 서 있고 언니들의 곁엔 우리가 함께 있습니다.
조금 더 힘을 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소명으로 우리는 서로의 곁에 있습니다.
언니, 내년에 웃으며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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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순례단]에서 낭독된 군산여성의전화 민은영 대표의 추모시를 공유합니다.
벗겨진 잿투성이보다 분노했던 것은
저들의 손가락
저들의 비아냥
저들의 욕망
세월을 거스르며 주눅들지 않는
착취와 모욕과
번지르한 성산업
화염에 고꾸라진 언니들은
모두 중년이 되었고
여기 우리는 푸른 스무살
그 시간을 기억하는 마지막 사람이 사라질때에야
열넷의 목숨은
비로소 그때 죽은 것
쇠창살로 스며드는 세상의 햇빛이
온전하게 들이치고 자유로워야
비로소 그때 우리가 죽는 것
물과 바람으로 빚은 구월의 개복동
누구도 버리지 않은 이곳에서
속절없이 꽃은 절로피고
바람개비는 소리없이 난다.
20년 희뿌여진 시간을 돌아
이제는 내려놓고 웃고 있을까
눈발로, 빗줄기로, 토끼풀과 낮은 하늘로
때맞춰 옆에있던 언니들
이제는 정말 쉬고 있을까
아직도 변함없는 유희의 세상에서
목구멍을 막아버린 탐욕의 놀이터에서
변색되지 않은 고통의 쪽방에서
동생들의 피울음을 들으며 다시 무너지는
영혼으로 떠돌까
너무나 깊어서 회복되지 못한
우리의 아픔을 함께 안고
걸어가는 힘, 목숨같은 함성
연대의 물길을 북돋으며 비둘기처럼 날고 있을까
세월은 녹슬어 딱지가 앉고
이 곳을 지나치는 사람들
어쩌다 끌끌 혀를 차더라도
가슴에 묻은 이름과 얼굴과 그림자를
아직 우리는 기억하지
함께 손을 잡지
함께 달려가지
억세게 달려드는 억압의 사슬을 풀어내려
우린 함께 모이지
오늘따라 언니들이 그리운 것은
너무나 깊이 새겨져서 이다
가슴팍에 담아놓은 약속때문이다
우리들이
부르는 노래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