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상담센터 8월 소식 > 활동소식

증거 : 어떤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드는 근거

상담소에서는 성매매피해를 경험한 여성들의 억울함과 위협으로부터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형사고소를 진행하고 있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여성들을 보호하는 것이 예전보다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수사기관에서 여성들을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들은 턱없이 부족할 뿐이다.

최근 형사고소를 진행하면서 수사기관의 수사력을 보며 아직도, 여전히, 구시대적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피해사실을 서술하여 제출한 진술서와 고소장이 전부였던 우리는 경찰, 검찰로부터 끊임없이 증거를 제시하라는 압박 속에서 해방될 수 없었다. 업주에게 잡힐까 두려워 도망치면서 버렸던 핸드폰의 이야기도 당연스레 피해자의 잘못이었고, 증거를 챙겨서 나오지 않은 것도 피해자의 잘못이었다.

우리는 수사기관의 수사력을 믿고 최대한 줄 수 있는 정보들은 다 전달하였지만 민간인이 할 수 없는 증거수집조차 피해자에게 바라고 있었다. 수사관은 ‘피해를 신고하려면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챙겨야한다.’라는 말을 하였다. 도망치는 와중에 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어떻게 알고 증거를 다 챙겨서 나오냐는 피해자의 울음 섞인 외침에서도 증거가 없어서 진행이 안 된다는 말만 도돌이표처럼 되돌아 왔다.

경찰기관의 요청으로 제출한 서류에서도 센터는 피해자를 돕는 기관이라서 피해자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자료를 추출하여 왜곡의 의심이 있다는 황당한 말을 들었다. 사라져 보이는 수사에 대한 의지나 비인권적인 수사관의 태도로 더 이상 경찰에서의 조사는 거부하였고, 이에 대한 항의와 수사기관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수사력 발휘를 요청하는 내용이 담긴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함으로써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되도록 하였다.

성매매피해 여성에 대한 낙인과 편견을 넘어서 피해자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피해자가 믿고 조사에 임하며 성산업구조에서 탈출한 여성들에게 2차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수사태도와 수사기법이 절실히 요구된다. 또한 수사관들의 인권감수성을 함양하는 인권교육이 필요한 시점이지 않을까 한다.

글 ㅣ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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