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예방강사, 선미촌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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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근활동가로서의 센터 일을 정리하고 지금은 회원이자 성매매예방교육 강사활동으로 반성매매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나는 강사모임 겸 ‘선미촌 걷기’ 기회가 있어 얼른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선미촌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또 회원으로 선미촌을 걷을 때는 어떤 것들이 보이고 또 달리 보이는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라면 선미촌이 어느 곳을 말하고 그 곳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도 알거라 생각한다. (선미촌은 전주 권삼득로에 위치한 성매매업소 집결지.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는 10년 넘게 이 곳을 현장방문하고 여성들을 지원해왔다. 센터는 전주시와 함께 선미촌에 다양한 변화를 꾀하고 있고 현재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성과들이 나타나는 중이다.)
보통 여름 한 낮의 더위를 피해 오전에 선미촌 걷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한 여름의 오전은 그래도 꽤 더웠다. 모여서 간단하게 취지와 주의사항 등 교육을 듣고 선미촌 어귀에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시간이 멈춘 듯이 낡고 낡은 건물과 골목 그리고 어귀에 쌓여 있는 짐과 쓰레기들. 하지만 오래 전부터 사람들의 시선 너머에 자리한 채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을 그 곳에 나의 발과 마음을 기울였다. 현재도 영업을 하고 있는 업소들을 지나, 지금도 사람이 살고 있는 골목을 걸어 작지만 편안한 공원으로 변한 폐공가 자리를 찾았다. 폐공가는 오래전에 업소로 쓰이다가 버려진 건물과 잔해로 가득했던 곳이었다. 이 곳을 정리하고 발견한 여러 물건들을 모아 작년에는 선미촌 전시회도 열었었다. 폐건물 한 가운데 우뚝 솟았던 오동나무와 비교적 상태가 보존된 방 하나만 남긴 채 오래되어 낡고 위험한 잔해는 모두 걷어내고 사람들이 잠깐 앉아가기 좋은 공원 ‘기억 공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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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뒤이어 예술가들과 함께 진행하는 ‘안녕, 선미’ 프로젝트 장소와 서노송예술촌 현장시청 건물 윗층에서 선미촌 업소 안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잠시 들렀다 가는 공간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삶을 이어가는 공간이었을 업소 구석구석에는 여전히 15분을 재었을 ‘타이머’가 걸려있고 창문은 벽지나 시트지로 발라져 잘 열리지 않았다. 다섯명은 족히 몸을 숨길 수 있는 공간이 장롱 뒤에 있기도 하고 업소마다 복잡한 구조와 내부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뒷문이 있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이런 공간 하나 하나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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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를 마무리 하며 선미촌 어귀에 마련된 쉬는 공간 ‘여행길’에서 참여한 강사들의 소감들을 나누었다. 상근활동가로 일할 때는 이런 제안들이 일이나 사업으로 여겨져선지 잘 생각도 안나고 하더니만 지금은 마음 편히(?) 둘러보아서 인지 해보면 좋을 여러 가지 제안들을 줄줄 이야기 하는 나를 보고 참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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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붙어 있는 청소년 통행금지 표지판, 무엇을 가르기 위해 굳이 붙였는지 모를 ‘가정집’ 표지판을 보며 다시금 선미촌이 겪고 있는 변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성매매예방교육을 특히 청소년들에게 하다 보면 나 스스로 무엇을 이야기 할지 막막할 때가 있다. 기계적으로 이야기 하는 것은 결코 힘이 실리지 않는 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욱 다잡는 마음이기도 하다. 어쩌면 일생 중 그 한 명에게 단 한 번하는 이야기에 나는 선미촌 이야기를 빼지 않는다. 모두가 당연하다고 여기면 당연해지는 곳, 모두가 당연하지 않다고 여기는 순간 달라지는 그 곳에 대해 말이다. 우리들이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필요하다고까지 여겨왔던 여러 폭력적인 순간들이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안다. 선미촌이 천천히 지속적으로 그러나 한걸음씩 변화하는 것 역시 그 수많은 야만과 폭력의 역사가 점차 사라져가듯 우리에게 또 다른 모습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것을 믿는다.
글 ㅣ 가영
보통 여름 한 낮의 더위를 피해 오전에 선미촌 걷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한 여름의 오전은 그래도 꽤 더웠다. 모여서 간단하게 취지와 주의사항 등 교육을 듣고 선미촌 어귀에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시간이 멈춘 듯이 낡고 낡은 건물과 골목 그리고 어귀에 쌓여 있는 짐과 쓰레기들. 하지만 오래 전부터 사람들의 시선 너머에 자리한 채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을 그 곳에 나의 발과 마음을 기울였다. 현재도 영업을 하고 있는 업소들을 지나, 지금도 사람이 살고 있는 골목을 걸어 작지만 편안한 공원으로 변한 폐공가 자리를 찾았다. 폐공가는 오래전에 업소로 쓰이다가 버려진 건물과 잔해로 가득했던 곳이었다. 이 곳을 정리하고 발견한 여러 물건들을 모아 작년에는 선미촌 전시회도 열었었다. 폐건물 한 가운데 우뚝 솟았던 오동나무와 비교적 상태가 보존된 방 하나만 남긴 채 오래되어 낡고 위험한 잔해는 모두 걷어내고 사람들이 잠깐 앉아가기 좋은 공원 ‘기억 공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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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뒤이어 예술가들과 함께 진행하는 ‘안녕, 선미’ 프로젝트 장소와 서노송예술촌 현장시청 건물 윗층에서 선미촌 업소 안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잠시 들렀다 가는 공간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삶을 이어가는 공간이었을 업소 구석구석에는 여전히 15분을 재었을 ‘타이머’가 걸려있고 창문은 벽지나 시트지로 발라져 잘 열리지 않았다. 다섯명은 족히 몸을 숨길 수 있는 공간이 장롱 뒤에 있기도 하고 업소마다 복잡한 구조와 내부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뒷문이 있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이런 공간 하나 하나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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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를 마무리 하며 선미촌 어귀에 마련된 쉬는 공간 ‘여행길’에서 참여한 강사들의 소감들을 나누었다. 상근활동가로 일할 때는 이런 제안들이 일이나 사업으로 여겨져선지 잘 생각도 안나고 하더니만 지금은 마음 편히(?) 둘러보아서 인지 해보면 좋을 여러 가지 제안들을 줄줄 이야기 하는 나를 보고 참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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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붙어 있는 청소년 통행금지 표지판, 무엇을 가르기 위해 굳이 붙였는지 모를 ‘가정집’ 표지판을 보며 다시금 선미촌이 겪고 있는 변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성매매예방교육을 특히 청소년들에게 하다 보면 나 스스로 무엇을 이야기 할지 막막할 때가 있다. 기계적으로 이야기 하는 것은 결코 힘이 실리지 않는 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욱 다잡는 마음이기도 하다. 어쩌면 일생 중 그 한 명에게 단 한 번하는 이야기에 나는 선미촌 이야기를 빼지 않는다. 모두가 당연하다고 여기면 당연해지는 곳, 모두가 당연하지 않다고 여기는 순간 달라지는 그 곳에 대해 말이다. 우리들이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필요하다고까지 여겨왔던 여러 폭력적인 순간들이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안다. 선미촌이 천천히 지속적으로 그러나 한걸음씩 변화하는 것 역시 그 수많은 야만과 폭력의 역사가 점차 사라져가듯 우리에게 또 다른 모습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것을 믿는다.
글 ㅣ 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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