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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무고죄=꽃뱀? 성폭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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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댓글 0건 조회 7,814회 작성일 16-08-3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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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그 사람이 당신에게 폭행, 협박을 했나요?”
“아니요. 폭행, 협박은 없었어요.
하지만 그 사람은 평소에 거친 말을 많이 했고 그 사람이 원하는 걸 해야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폭행, 협박이 없었는데 왜 성폭력으로 고소를 했나요? 이럴 때 당신이 무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나요?”

 최근 성인이고 여성이면서 자신에게 있었던 일에 대해 ‘성폭력’이라고 신고를 하는 ‘피해자’들이 간혹 듣는 이야기들이다.
형법 156조에서 무고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라고 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상대방을 처벌받게 할 의도를 가지고 어떤 일이 실제로 없었는데 있었던 것처럼 꾸며서 신고’하는 경우를 무고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 성폭력을 신고하는 것이 무고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무런 행위도 없었는데 신고’한다는 말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어떤 행위가 있었다.
나는 그 행위를 원치 않았고, 성폭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신고해야겠다’라고 판단하고 신고를 하게 된다.
이제부터는 신고를 받거나 피해자로부터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이 내용에 대한 ‘사실 여부’를 판단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 때 우리는 ‘어떤 생각’들의 영향을 받게 되는데 ‘어떤 생각’을 ‘통념’이라고 부른다.
‘성인인데 왜 자기 의사표현을 정확하게 안했을까?’
‘왜 이제야 신고를 했을까? 돈을 달라고 했다던데 돈 때문에 신고를?’
‘술집에서 생긴일인데... 그런걸 몰랐겠어? 거기서 일하는 사람에게 생기는 일이 무슨 성폭력?’
‘모텔이나 이런데 가는 것은 서로 동의한거 아냐? 여자가 거기를 왜 갔을까?’등의 질문은 모두가 ‘피해자’를 향하고 있고,
‘피해자’가 어떤 것을 하지 않았거나 거기에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성폭력’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피해자’는 그 상황에서 무엇을 하는게 가능했을까?
직장 상사이거나 높은 지위 또는 명예를 가지고 있는 손님일수도 있고, 나이가 많은 어른일수도 있고,
‘피해자’인 나는 여기서 계속 일을 해야 하는 상황 일수도 있고,
막상 신고를 하려니 별일아닌데 너무 예민하게구는건 아닌지 걱정이 들었을 수도 있다.
주변사람들에게 충고를 들었는데 그냥 ‘합의금 받고 끝내. 신고해봐야 고생만하지’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수도 있다.
결국 우리는 피해자의 경험을 성폭력이라고 판단하는데 있어서 피해자의 입장이 고려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폭행, 협박’은 신체적 행위가 발생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영향을 받는 것들은 다양하다.
지위, 명예, 나이, 경제력, 정보의 양 등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게 하는 요소들은 상당히 많이 있다.
때문에 ‘피해자’들은 어떤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참거나 견디는 경우들이 있고,
주변사람들에게 ‘불쾌감’을 반복적으로 표현받는 경우들이 있다.
사회적 지위가 취약한 피해자들일수록 ‘가해자’에게 대항하거나 ‘신고’이외의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은 더욱더 어렵다.

이제 우리는 ‘피해자’가 무엇을 했느냐보다는 ‘가해자는 왜 그 행위를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인지에 대해 물어야 한다.
‘피해자’의 이야기를 듣고
‘왜?’가 아니라 ‘그래. 성폭력이야.’라고 피해자를 지지하는 분위기를 만들 때 성폭력발생을 근절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글쓴이 : 황지영. 성폭력예방치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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