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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발언] 하루쯤 음악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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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댓글 0건 조회 7,141회 작성일 15-10-2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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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 은솔
새로 바뀐 업무에 떠밀려 올 한해를 정신없이 보내다보니 슬슬 일상에 지쳐가고 있던 차에 친구로부터 문화기행을 추천받았다. 오래간만에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에 전문해설가와 함께 한다고 하니 고민의 여지가 없었다. 다만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일단 듣는 것은 나에게 즐거움이만 국악공연이라는 정보는 맨 마지막에 흘려줬다. 상관은 없었다. 일단 나에게 어떤 공연이 재미있을까? 라는 선택권은 없었고 그렇지만 이 기행팀에서 이 공연을 선택한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 라는 은근한 기대가 밀려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간적인 여유가 넘쳐나는 취준생이었던 나는 골라듣는 재미가 있는 소리축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곤 했다. 그땐 그랬지, 하며 소회를 하듯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낯선 이국의 기념품을 판매하는 전시장과 체험 부스가 여전히 늘어섰고 야외공연장에서는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반면 서늘한 날씨 탓인지 북적대야할 축제장소의 여백이 큰 탓인지 현장의 분위기가 더욱 썰렁하게 느껴졌다.
새로운 공기를 주입시키듯 윤중강(국악평론가)씨의 소개를 시작으로 어색하게 둘러앉은 기행팀은 처음으로 인사를 나누고 곧 보게 될 공연에 대한 설명을 듣기 시작했다. 
고유의 전통음악이라는 견고하고 다소 무거운 영역 안에서 변화를 실현해 나가고 있는 젊은 예술인들의 도전과, 그것을 지켜나가기 위한 열정, 증명이라도 하듯 연출자를 직접 만나는 시간도 준비되어 질의응답시간도 마련해주었다. 응원하는 마음과 함께 공연이 시작되었다.

암전과 함께 아이들의 웅성웅성 소리가 관람석을 메웠는데 마치 꼬꼬댁 삐약삐약 하는 소리가 가득 찬 듯 했다. 「닭들의 꿈 날다」는 국악창작극이다. 적은 예산과 5명의 출연진으로 여러 장면을 재현하기 위하여 수만 번 모았을 고민이 느껴지는 꽉 찬 무대는 응원받기에 충분했다. 공연이 끝난 뒤 우리는 한옥마을에 있는 소담한 브런치까페로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이어갔다. 수동적인 ‘평론가의 수다가 있는’에서 주체적인 ‘평론가와 수다를 떠는’으로 패기 넘치게 제목까지 고쳐 잡고 아이들과 함께 온 엄마, 대학생, 부부교사, 종교인 등 다양한 구성원들로 이뤄진 기행팀은 진지하고 자유롭게 공연에 대한 소감과 의견에 대한 이야기를 교류했다. 
공연이 끝난뒤 아이들이 화장실에서 자연스럽게 반복되어 나오던 대목을 따라 불렀다는 후문에서 음악치료프로그램에 대한 정보 뿐 아니라, 대부분 현직 교사로 구성되어있어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다.
필자의 아버지는 취미생활로 처음에 판소리로 시작해서 현재는 가야금 병창을 배우고 계시니 국악에 심취한 세월은 10년을 훌쩍 넘는다. 초등학교 때는 연습하시는 걸 하도 반복해서 들었더니 사철가 정도는 그 의미는 몰라도 가사를 흥얼흥얼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국악은 좀처럼 친해지기 어려운 음악이었다. 사이는 좋은 편이라 공연장에는 가족이 함께 다니곤 했으나 전통판소리에 대한 아버지의 자부심은 종종 낯선 것에 대한 비난과 비하로 이어졌고 난 거기에 대한 반항감이 있어 공연 후 소감을 나누다 보면 이야기가 길게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의 이런 나눔 자리가 나에게 깊은 해방감을 주었다. 의견에 대한 비난보다는 다양한 의견에 대한 수렴과 이해에 도움을 보태기 위한 전문가의견, 나와는 또 다른 다른 사람의 감상평을 듣다보니 다시 한번 공연이 상기되는 느낌이었다.
이어, 캠프를 통해 나우에 찾아오는 십대들에게는 어떤 연결점이 있을 수 있을까? 라는 새로운 고민도 떠오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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