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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민들레] 책과 함께 하는 마음의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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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댓글 0건 조회 6,867회 작성일 15-12-0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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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쏘
얼마 전 힘든 더위와의 싸움을 이겨내기 위해 도심 속의 피서지를 찾아 헤맸던 기억이 생생한데, 어느새 첫눈이 내리고 세찬 눈보라와 싸움을 하는 지금을 생각하니 시간이 무섭도록 빠르게 흐르고 있다는 것을 세삼 느껴본다. 
연말이 다가오고 지난 일년의 민들레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보게 된다. 무더웠던 한여름, 언니들과 함께 하기 위해 시간을 갖던 중 누구랄 것도 없이 서로 더위에 지쳐 영화관으로, 시원한 콩국수집으로 ‘나살려라’하고 헐레벌떡 피신하기 위해 뛰어가던 모습들... 그리고 그와는 반면 폭설로 인해 동네 전체가 정전되기도 하고 추위를 걱정하며 이불속에서 열을 철저히 봉쇄한 채 몸을 일으키기 어려워하는 계절이 왔다. 추위로 인해 느슨해진 몸을 느릿느릿 움직여 옹기종기 앉아 한자리에 꼼짝 않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듯이 집중(?) 하는 요즘 언니들의 상반된 그 모습들을 생각하니 작은 웃음이 나온다. 우리가 이렇게 또 일년을 이겨냈구나...
한달에 한 번 전체 민들레회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연말을 맞이해서 또는 일년동안의 나를 바라보기 위해 책과 함께하는 특별한 시간을 갖도록 했다. 미리 각자가 원하는 책을 읽도록 하고 그에 대한 나의 생각을 말해보는 것. 매우 평범한 듯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시간. 각자에게 있어 의미가 있는 책을 선택해 의미 있는 생각과 감정을 느끼며 이를 말하고 공감 받을 수 있었던 특별한 시간. 지금 이 현실과 마주하며 얼마만큼의 절실함을 느끼고 있는지 엿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 치유의 시간이었다.
책을 선택했지만 막상 읽기가 힘들어, 말하기가 힘들어, 드러내기가 힘들어 주저할 줄 알았던 언니들은 우리의 생각보다 더 강하고 용기 있게 책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솔직히 좀 놀랐다. 적극적인 언니들의 모습을 보는 순간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극심한 더위와 재난수준의 첫눈, 그리고 민들레와 함께했던 이 일년을 이겨냈던 언니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나약한 사람이 아닌 누군가에게 자신을 충분히 얘기하고 들어줄 수 있는 그런 용기 있는 사람이었음을 다시한번 느낄 수 있었다. 
매우 평범한 듯하지만 평범하지 않았던 시간들. 그 시간들을 기분좋게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독서치유 글 중) 8세의 나와 28살의 나 -콩쥐팥쥐를 읽고- 
얼마전까지 우리의 두 눈과 심장을 설레게 해준 드라마가 있었다. 동화속 왕자님과 신데렐라 여주인공의 로맨스. 그 드라마에서 ‘팥쥐이야기’로 소개된 책이 있었고 언제나 그렇듯이 드라마에 흠뻑 빠져버린 나는 그 여주인공이라도 된 것 마냥 책에 대한 호기심에 사로잡혀 있었다. 
실제 책 이름은 우리가 흔히 아는 ‘콩쥐팥쥐 이야기’ 
그 책을 읽었던 8살 때의 내가 떠오른다. 그때의 나는 한없이 여리고 착한데 예쁘기 까지 한 콩쥐에 대한 연민의 마음과 못된 계모와 팥쥐에 대한 분노의 마음에 사로잡혀 책을 읽었던 것 같다. 28살의 지금, 역시 책의 내용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하지만 책의 첫 장에서 시작된 보름달같이 예쁜 콩쥐와 돼지감자 같이 생겼다는 팥쥐에 대한 외모 비교...나도 모르게 몹시 화가 났다.(모욕적이기까지...) 내용은 역시나 팥쥐가 나빴다. 하지만 예쁜 외모의 언니와 수없이 비교당하며 팥쥐가 어찌 삐뚤어지지 않았을 수 있었을까? 가여운 감정이 들었다. 여성들을 놓고 볼 때 모든 것을 외모로 판단하여 우선적으로 평가해 버리는 외모지상주의, 과거라고 별반 다르진 않나보다. 날마다 계속되는 비교질이 팥쥐에게는 얼마나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을까?
또한 콩쥐처럼 착한 마음을 먹어야 성공 또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교훈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동화를 통해 어른들이 착한아이가 되기를 강요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8살의 나는 혹여 팥쥐처럼 될까 무서워 부모님 말에 복종하며 착한 아이가 되기를 노력했다. 내 감정을 숨기고 참고 참았기 때문일까? 내 감정을 드러내고 숨기지 않게 되면서부터 ‘이중인격’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으니 말이다...
아름답고 수업이 많은 교훈을 동화책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세상에 많이 삐뚤어 졌구나, 모나 졌구나 라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8살의 그 순진했던 동그라미세상 보다 나는 지금의 네모난 세상이 꽤나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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