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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발언] 선미촌, 봄날의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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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댓글 0건 조회 7,464회 작성일 15-04-0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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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바람
따뜻해진 날씨에 꽃망울이 맺히는 봄이다. 꽃샘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봄은 언제나 그렇듯이 항상 새로움을 준다. 올 봄에는 오랜 노력 끝에 지난해 선미촌정비민관거버넌스가 조직되었고, 전주시의 선미촌 정비에 대한 용역도 진행되고 있으니, 성매매집결지 선미촌에 상상력을 발휘해 도시재생의 새로운 일들이 시도되었으면 한다. 

성매매집결지 선미촌을 늦은 저녁시간 업소의 여성들을 만나는 현장방문상담활동으로만 다니다가, 조금은 다르게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걸어 보니 낮의 선미촌 업소들은 또 다른 모습들을 보여줬다. 성매매업소 뒤편의 작은 골목길에는 ‘가정집’이라는 팻말이 붙어있기도 하고, 집터로만 짐작하는 폐허도 보이고, 미성년출입금지라는 깨진 푯말도 보이고, 작은 오르막 위 햇빛 좋은 주택가에서 서노송동의 큰 길이 내려다보이는 곳도 보이는 곳 까지 구석구석 탐방하고 나니 이곳이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나는 선미촌 업소 뒤편의 좁고 어둡고 흉하게 허물어져 가는 뒷골목에 사람들은 망가진 욕조와 냉장고를 이용해 꾸려지던 텃밭이 흉하게 허물어져 가는 폐허가 치워지고 잘 다듬어져 도심 속의 작은 텃밭이 조성되었으면 한다.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텃밭을 가꾸고 가끔은 아이들이 건물과 건물 사이의 텃밭농장에서 작은 새싹에 물을 주고, 도시 밖의 다른 곳으로 나가지 않아도 흙과 친해지고, 작은 농업을 경험했으면 하고, 그곳의 작물이 지역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쓰여 질 수 있었으면 한다. 
한편으로는 선미촌의 거리는 슬로우 라이프를 지향 했으면 한다. 도시의 개발로 그곳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은 사라지고, 외부의 사람들로 다시 채워지는 곳이 아닌 그곳에 오랫동안 살고 있는 주민들의 삶을 엮은 생활이 그대로 묻어나는 변화를 상상해본다. 지역주민들이 함께 일하고 생활할 수 있는 일자리를 위해 백 년 전의 밥상을 재현하는 음식의 거리는 어떨까, 동네의 어르신들이 직접 음식을 만들고, 그 음식을 판매할 수 있는 청년들이 서로 만나 세대를 아우르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어떤가. 빠르게 쓰고 사라져 버리는 용기보다는 음식을 담아내는 용기에도 예전에 삶을 담아낸다면 어떨까, 한때는 사람의 생산수단이었던 손기술들이 이제는 똑같이 찍어내는 대량의 물품들에게 묻혀버리지 않게 사람들의 손기술로 만들어진 상품들을 만들고, 체험하고, 판매하는 공간은 어떤가, 그렇게 잊혀져가는 예전의 삶이 다시 우리의 삶에 스며들어 그래서 일상성이 유지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는 과정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또 선미촌의 역사가 담긴 기억의 공간도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여성인권의역사가 어떻게 이 도시에 있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상처와 아픔이 있었는지, 그러나 다시 사람들의 힘으로 치유가 될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굳이 말로 다 설명하지 않아도,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기억과 치유의 공간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그래서 성매매업소 집결지 선미촌으로 우리의 일상에서 배제되거나 지워버리거나 잘못된 통념으로 치부되는 곳이 아닌 도시변화의 과정에 사람들의 참여가 보이고,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도시공동체의 일원으로 존중받을 수 있어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과 자긍심을 느끼는 그런 삶터가 되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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