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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이유 / 미야베 미유키 / 청어람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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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댓글 0건 조회 7,658회 작성일 14-11-04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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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face="돋움"><font size="2">
<!--StartFragment--></font></font><p class="0" style="background: rgb(255, 255, 255); text-align: right; -ms-layout-grid-mode: both; -ms-word-break: keep-all;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span style="background: rgb(255, 255, 255); font-weight: bold; mso-fareast-font-family: 바탕;"></span><font face="돋움" size="2">&nbsp;</font></p><p align="right"><font face="돋움" size="2"><strong>봄봄(여성생활문화공간 비비 </strong><a href="http://www.spacebb.co.kr"><strong>www.spacebb.co.kr</strong></a><strong>)</strong></font></p><p><font face="돋움" size="2">한 달이 넘게 봄봄스페이스에 새 글을 쓰지 못했다.<br>왜?<br>소설은 간간히 읽었고, 필사해서 삶 안으로 말들을 불러오고 싶었고, 번뜻 떠오르는 문구들을 메모했고, 순간순간 비통함 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잠깐 시간을 멈추었고, 믿을 수 없는 일과 믿겨지지 않는 일과 거짓말 같은 이야기들이 소리쳤고, 가을 아침 햇살은 눈이 부셔 부여잡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간혹 피로감을 느꼈다.<br>새 글은 쓰지 못했다.<br>하고 싶은 말이 많을 때도, 하고 싶은 말이 없을 때도 글은 도통 써지지 않는다. 글로서 다 풀어내지 못하는 말이 있고, 활자 따위의 그릇으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래도 이렇게 글쓰기 숙제를 해야 할 때가 있다. 새 글을 쓰지 못한 분명한 이유를 말하고 싶었지만 구차한 변명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여기 659p에 달하는 어느 이유를 소개한다. 한 ‘사건’이 일어나게 된 길고 긴 이야기 말이다.</font></p><p><font face="돋움" size="2">소설읽기에서 추리소설의 여왕 미야베 미유키를 읽기로 했다. 한 시간에 50p를 겨우 읽는 나로선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책마다 500p는 보통이었다. 참여자들은 참 잘 읽어왔다. 3권에 달하는 『모방범』을 읽으며 연쇄살인자의 심리, 그 악惡은 어디에서 와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책을 다 읽어도 그 연쇄살인범을 고스란히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그냥 무서웠다. 너무 사실적이어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어딘가에 그런 사람 하나 더 있을 것 같아서. 『화차』는 개인파산과 신용불량자 관련 교육 자료로 써도 손색이 없을 만큼 친절하다. 내용은 서글프다. “선생님, 어쩌다 이렇게 많은 빚을 지게 됐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요. 난 그저 행복해지고 싶었던 것뿐인데.”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거품경제가 붕괴한 직후인 90년대 일본 사회상을 생생하게 표현해냈다고 하는데, 이건 그냥 거대한 자본에 잠식당한 우리네 현대인의 초상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이 책은 필독해야 할 것 같다. 알아는 둬야 할 것 같아서, 헛된 욕망으로 수렁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낙오된 이들을 어둠으로 삼켜버리는 비정한 도시의 현실을 직시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러나 나에게 가장 매력적인 소설은, 책 제목이 항변하는, 한 ‘사건’이 일어나게 된 얽히고설킨,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가 이유인『이유』다. </font></p><p><font color="#cc0099" face="바탕" size="2">노부코가 신고한 내용에 거짓이나 착각은 없었다. 이때 이시카와 순사가 만나게 된 남자는 틀림없이 이시다 나오즈미였고, 그가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아라카와 일가족 4인 살해사건’의 수수께끼에도 마침내 햇볕이 비춰들게 된다.&nbsp; <br>사건은 왜 일어났는가.<br>살해된 것은 ‘누구’이며, ‘누가’ 죽였는가.<br>그리고 사건 앞에는 무엇이 있고, 뒤에는 무엇이 남았는가. [미야베 미유키, 『이유』13p]</font></p><p><font color="#cc0099" face="바탕" size="2"></font>&nbsp;</p><p><font face="돋움" size="2">소설은 르포형식을 취한다. 무인칭의 화자는 그 사건에 연결된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아 인터뷰를 진행한다. 인터뷰 진행자는 나오지 않는다. 목소리만 나온다. 그래서 증언을 하는 관련자들은 마치 나에게 말을 전하는 것 같다. 있잖아요, 그때는 그것이 설마 그런 건 줄도 몰랐다니까요. 세상에나 그랬더라고요. 어떻게 이렇게 무서운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상상이라도 했겠어요. 알았다면 제가 그때 그렇게는 안했지요. 전 다만… 책에는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구구절절 나온다. 이야기는 이미 ‘사건이 해결된 뒤’부터 시작한다. 그러니 어떤 사건이 벌어질까 두려움보다는 “사건은 왜 일어났는가. 살해된 것은 ‘누구’이며, ‘누가’ 죽였는가. 그리고 사건 앞에는 무엇이 있고, 뒤에는 무엇이 남았는가.”에 집중한다. 위에 인용한 글 중에서 ‘이시다 나오즈미’라는 인물이 초반에 이름자를 올리지만 그 이름이 다시 나오는 것은 다시 100p 정도를 지나서이다. 우리는 이 길고 깊게 연결된 이야기를 다 듣고 나면, 작가가 얼마나 인간에 대한 가없는 따뜻한 시선으로 소설을 써내려갔을 지를 상상할 수 있으며, 동시에 일반적인 추리소설의 편견은 사라질 것이다. 독자와 추리게임은 하지 않는다. 수많은 등장인물의 사정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잠깐 살인사건이 일어났었다는 것도 깜박할 정도이다. 하지만 분명하게 ‘아라카와 일가족 4인 살해사건’은 일어났다. 그것이 fact이다. 그 사방으로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었던 이야기들이 끝없이 펼쳐진다.</font></p><p align="center"><img width="340" align="center" src="http://www.yonggamhan.org/liguard_bbs/aribbs/data_file/li_etc_73_20141104-reason.jpg">&nbsp;</p><p><font face="돋움" size="2"></font>&nbsp;</p><p><font color="#cc0066" face="바탕" size="2">자석이 쇳가루를 끌어 모으듯 ‘사건’은 많은 사람을 빨아들인다. 폭심지에 있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제외한 주위의 모든 사람들, 이를테면 각자의 가족, 친구와 지인, 근처 주민, 학교 친구나 회사 동료, 나아가 목격자, 경찰의 탐문을 받은 사람들, 사건 현장에 출입하던 수금원, 신문배달부, 음식배달부 등, 헤아려보면 한 사건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관련되어 있는지 새삼 놀랄 정도다.<br>물론 이 사람들 전부가 ‘사건’에서 등거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며, 또 서로 관계를 맺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들 대다수는 ‘사건’을 기점으로 방사형으로 그어진 직선 끝에 있는 것이며, 바로 옆 방사선 끝에 있는 다른 ‘관련자’하고는 전혀 면식이 없는 경우도 많다. 또 한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에 커다란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사건이 마무리될 때까지 무대 위에 등장하지 않는 경우, 즉 사건에서 가장 먼 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미야베 미유키, 『이유』91-92p]</font></p><p><font face="돋움" size="2">년 초에 읽고 두 번째로 이 소설을 읽으며 그 사이에 이 땅에도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선박이 침몰한 ‘사고’이자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 (박민규, 『눈먼 자들의 국가』) 나는 정의로운 사람이 아니다. 불의를 보면 대략 참는다. 앞장서지 않으며 늘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구석에서 나대로의 윤리를 찾는다. 드러내지 않는다. 때로는 잘 알려고 하지 않는다. 이 사회와 이 구조와 이 시스템에 대해 냉소적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계란은 깨진다는 결론뿐이다. 연약한 나는 보호해줄 이웃을 찾는다거나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투쟁한다거나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서지 않는다. 이 사건이 이 소설처럼 “사건은 왜 일어났는가. 살해된 것은 ‘누구’이며, ‘누가’ 죽였는가. 그리고 사건 앞에는 무엇이 있고, 뒤에는 무엇이 남았는가.”에 대해 명백하게 밝혀지리라는 기대는 없다. 내게 남은 것은 부끄러움과 불편함. 그리고 아우성. 그러니까, 왜, 그런 거야? 이유가 있을 거 아냐. 소설 『이유』에는 하나의 사건에 연루된 많은 가족이 나온다. 등장인물 관계도를 그려가면서 읽어야 할 정도다. 그리고 연결선을 그으면 된다. 시작과 끝이 있다기보다는 오로지 연결선만 있는. 우리가 겪은 이 사건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연루되어 있을까를 생각하니 이 또한 얼굴이 일그러진다.</font></p><p><font face="돋움" size="2">소설은, 부유한 사람들이 모여 살던 고층아파트에서 4인 가족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사람들은 경악했다. 살인사건도 놀랍지만 그들이 그곳에 살던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들은 누구인가? 이른바 ‘버티기꾼’이다. 법원 경매를 통해 집을 구입한 사람이 들어올 수 없도록 그곳에서 버티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왜 그곳에서 살해를 당한 것인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소설은 부동산 유통의 문제, 법원 경매 제도의 문제, 법률의 사각지대에서 삶을 지탱하는 버티기꾼의 문제, 가족의 해체와 가족애 상실의 문제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포진한다. 그래서 참 할 말이 많다.</font></p><p><font face="돋움" size="2"><font color="#cc0066" face="바탕">나는요, 그 어지러울 정도로 높은 아파트 창문을 밑에서 이렇게 올려다보면서 생각을 했어요. 저 안에 사는 사람들은 당연히 갑부들이고 세련되고 교양도 있고 옛날 일본인의 감각으로는 상상도 못할 생활을 하고 있을 거라고. 하지만 그건 어쩌면 가짜인지도 몰라요. 물론 실제로 그런 영화 같은 인생을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또 그것은 그것대로 점점 진짜가 되어가겠지요. 하지만 일본이라는 나라 전체가 거기에 다다르기까지는, 얇은 껍데기 바로 밑에는 예전의 생활 감각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은 위태로운 연극이 아직은 한참 동안 계속되지 않을까요? 다들 핵가족, 핵가족 하는데, 내 주위의 좁은 세계를 보면 진짜 핵가족은 한 집도 없어요. 나이든 부모를 모시고 살거나 부모를 보살피러 자주 드나들고, 자식이 결혼해서 손자가 생기면 이번에는 저희 부모처럼 자기도 조만간 식객 취급을 당할까봐 두려워하고 있어요. 그런 구차한 이야기라면 발에 채일 정도로 흔해요.<br>그 웨스트타워를 올려다보고 있을 때, 뭐랄까, 갑자기 화가 꾹 치밀어 오르더군요. 자기 안에 살고 있는 비열한 사람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저렇게 떡하니 버티고 서 있잖아요. 저런 곳에 살면 사람이 못쓰게 돼요. 사람이 건물의 품격에 장단을 맞추려고 영 이상하게 돼버리는 것 같아요. [미야베 미유키, 『이유』493-494p]</font> </font></p><p><font face="돋움" size="2">고이토 가족이 처음 아파트를 구입한 가격은 7000만엔으로 나온다. 그것도 4000만엔을 빚으로 만들어서. 빚도 자산이라고들 하지만 25층 반다루 센주기타 뉴시티 바벨탑은 무너지고 말았다. 그들이 빚으로 구입한 2025호에서 4인 가족이 살해되었다. 7000만엔을 한화로 바꾸면 6억 7,788만원. 소설읽기에서 나눈 이야기 중에 다짐처럼 이렇게 말한 사람이 있었다. 나는 앞으로도 집은 하나만 갖겠다. 집을 소유하지 않은 사람도 많겠지만, 금리라는 것이 거의 없어진 판국에 돈이 있는 사람들은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한다. 한 채, 두 채, 세 채. 세상에 그렇게 쉬운 일이 없다며. 공무원 시험을 보는 사람만큼이나 공인중개사 시험을 보는 사람이 많다. 상가는 한 집 건너 공인중개사다. 아파트는 지어지고 또 지어진다. 얼마큼 더 지어야 이제 그만 지으려나. 아니, 얼마큼 더 무너져야 이제 그만 정신을 차리려나. 그들의 이유를 다 들어도 아하, 그렇군요, 이해보다는 슬픈 빛과 그림자의 자화상이라는 인식만이 남았다. 이로서 새 글을 마친다. 휴~ 당신도 숨을 쉬어라. 휴~</font></p><p><font face="돋움" size="2">2014. 10. 然</font><span lang="EN-US" style="background: rgb(255, 255, 255); letter-spacing: 0pt; font-family: 바탕; mso-font-width: 100%; mso-text-raise: 0pt;"><font face="돋움"><font size="2"></font></font></s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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