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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소설은 언제나 그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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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댓글 0건 조회 7,389회 작성일 14-12-3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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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봄(여성생활문화공간 비비 <A href="http://www.yonggamhan.org/liguard_bbs/www.spacebb.co.kr">www.spacebb.co.k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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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도 없이 이곳에서 글쓰기를 시작했다. 
여러 인연으로 2010년 9월부터 썼으니 꼬박 4년이 넘었다. 그런 줄도 몰랐다. 어디서나 그렇듯 개인 사정상 2015년 뉴스레터에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다. 매달 숙제처럼 말일을 코앞에 두고 밤을 꼬박 새던 날들이 떠오른다. 늘 듣던 CD는 너무 짧아 반복하고 반복해서 닳아지지 않았을까 모르겠다. 대략 어둠이 오면 컴퓨터에 앉아 인터넷을 클릭하고 클릭하고, 더 이상 클릭할 기운이 없다 싶어지면 그때 정신을 바짝 차리고 껌벅거리는 커서를 쳐다보았다. 진도가 안 나가면 당분을 섭취하고, 잘 안 써지면 갑자기 체조를 하거나, 베란다에 나가 건너편 아파트에 불이 켜 있는 집이 몇 층인가 아래부터 층수를 세보다가 다시 위에부터 세보기도 하고, 저 멀리 희부윰 떠오르는 빛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했다. 그렇게 아침이 오면 글 한 편이 닭 알 낳듯 꿀렁 나왔다. 글을 보내놓고 누가 이 글을 읽기는 할까, 공감되는 부분은 조금이나 있을까, 리뷰를 읽고 책이나 영화를 보고 싶어질까, 정말 도통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어디선가 읽었던 분들이 있었다면 그분들에게, 이별이든 작별이든 인사는 해야 할 것 같아서 마지막 글을 쓴다. 그동안 감사했다고. 
그동안 써왔던 글이 본 뉴스레터와는 사뭇 다른 맥락이라 어떤 특별한 입장을 가지고 글을 쓰지는 않았다. 다만, 어느 자리에서 어떤 모습으로 어떤 일을 하든, 그가 누구든 당신이든 일상에서 시와 소설을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고, 그것이 그리 하찮은 일도 아니며, 그것이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라는 것. 그것을 전하고 싶었다. 그 이후에 벌어지는 일들은 모두 제각각 다른 모습일 터. 
가끔 거론했는데 나는 ‘여성생활문화공간 비비’에서 ‘봄봄의 소설읽기’를 함께 하고 있다. 어떻게, 마지막이 되어서 자기소개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어쨌든 2주에 한 번씩,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누어서 소설을 읽는다. 정확히 소설을 미리 읽어오고, 그 시간에 우리는 모여서 소설을 읽은 다음, 그 다음의,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그러니까 소설에서 본 것, 소설에서 느낀 것, 소설에서 알게 된 것, 소설에서 알 수 없는 것, 소설에서 혼란스러운 것, 소설에서 헷갈린 것, 소설에서 즐거웠던 것, 소설에서 재미있는 것, 소설에서 슬펐던 것, 소설에서 마음이 움직인 것, 소설에서, 소설에서, 소설에서. 우리의 이야기는 서로 부딪혔다가 서로 만났다가 서로 지나갔다가 서로 갈 길을 잃고 삼천포로 빠지기도 한다. 어떤 날은 심심풀이 땅콩이 되었다가, 어떤 날은 하루에 여섯 알씩 먹으면 몸에 좋다는 은행처럼 요긴한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아, 오늘은 뭔가 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아. 속이 후련하네. 그래, 바로 이거야.
나는, 처음에는 소설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소설 속의 그들과 소설을 이야기하는 그들을 이해하게 될 거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소설을 읽을수록, 그들과 이야기를 나눌수록 타인을 이해한다기보다는 타인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자각이 더 선명했다. 그것은 이해가 아니었다. 자각이었다. 내가 아닌, 나와 다른 타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순간, 타자화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도 노력해야 했다.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당신과 다른 나를 자각하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그래서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 속에 수많은 인간들을 만나면서, 그 속에 수많은 세상을 만나면서, 더불어 그 밖의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의 윤리를 만들어간다. 삶을 살아갈. 삶을 버텨낼. 삶을 지켜낼. 삶을 그려낼.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초등학교 때는 도덕시간이 있었던 것 같고, 중 고등학교 때는 윤리시간이 있었던 것 같다. 가물가물하다. 성인이 되면 그런 것은 어느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정답이나 표준답안 같은 것이 없으니 말이다. 당신의 삶이 어디로 향하는가, 그 방향을 찾을 사람은 내가 아닌 자신이다. 그 길에 한쪽 귀퉁이라도 소설 읽는 시간이 잠깐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소설은 언제나 그 자리에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 우리 인사를 나누자. 안녕. 그리고 다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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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1. 
2015년 ‘봄봄의 소설읽기’ 오전반에서 읽기로 한 작가 목록을 소개합니다.
- 텐도 아라타(1960일본출생, 1986등단) : 『애도하는 사람』『영원의 아이1.2』『환희의 아이1.2』
- 줌파 라히리(1967영국출생, 1999등단) : 『그저 좋은 사람』『저지대』『축복받은 집』 
- 토리 모리슨(1931미국출생, 1970등단) : 『가장 푸른 눈』『빌러비드』『자비』 
- 모옌(1955중국출생, 1981등단) : 『개구리』『홍까오량 가족』『열세걸음』 
- 김이설(1975출생, 2006등단) :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환영』『선화』
- 조해진(1976출생, 2004등단) : 『로기완을 만났다』『아무도 보지 못한 숲』『목요일에 만나요』 
- 김인숙(1963출생, 1983등단) : 『안녕, 엘레나』『소현』『모든 빛깔들의 밤』
- 은희경(1959출생, 1995등단) : 『소년을 위로해줘』『태연한 인생』『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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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있는 분은 이메일 <A href="mailto:spacebb@hanmail.net">spacebb@hanmail.net</A>로 연락바랍니다.
그럼, 이제 진짜 안녕. 해피뉴이어.
  <o:p></o:p>
2014. 12. 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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