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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녀들의 반란! 나우 레디,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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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댓글 0건 조회 7,657회 작성일 14-08-0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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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align="right">남성성문화연구 김치팀</p>


 연초 찬바람이 불 무렵 시작되었던 남성성문화연구팀의 운영이 어느덧 상반기를 훌쩍 지나 녹음이 푸르른 7월까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초 상반기평가워크숍에서는 지금까지 진행된 연구팀들의 연구를 보고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센터 활동가들과 함께 나눴던 김치팀의 상반기연구보고(?)를 지금부터 압축적으로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맨 처음 남성성문화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는 자리에서 ‘내가 생각하는 남성성문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왜냐하면 그 질문과 관련해 이야기 나눈 대부분의 생각들이 하나같이 성구매와 관련된 문화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굳이 성구매 문화가 아니라 하더라도, 열거된 것들 중 어느 것 하나 가해자 vs 피해자의 이중관계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들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ex : 성구매자-피해여성, 폭력을 행사하는 선임-매 맞는 후임, 자신의 경험을 자랑하듯 발설하는 남자-걸레라는 꼬리표를 달게 되는 여자, 해외로 원정 나가는 성구매자-현지/이주 피해여성 등등) 그렇다면 도대체 왜? 남성들의 문화에서는 ‘늘’ 파괴(=피해)당할 대상이 반드시 수반되는 것일까? 우리는 남성성문화에 대해 이해하기에 앞서 먼저 그러한 성문화를 꽃피우게 만드는 어떤 특정 ‘남성성’에 대한 이해가 기본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선택한 다음 모임의 주제가 바로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를 관람하고, 그 내용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하단의 글은 김치팀 송선종 구성원이 작성한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를 통한 남성 (성)문화의 이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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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를 통한 남성 (성)문화의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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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align="right">김치팀 얼짱 송선종</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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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군대에서의 모범적인 남성 (태정이를 통해)

말년 병장 태정은 2년여 동안 군기반장으로 모범적인 군생활의 표본을 보여준다.

태정은 말 그대로 ‘까라면 까’는 권위주의와, 개인의 개성과 창의성이 철저히 무시되는 ‘사회속의 작은 사회’(=군대) 안에서 절대 복종하는 하는 이를 일컫는 것이 아닐까 싶다.

군대로부터 배제되지 않기 위해 서열문화에 동참하고, 대대로 이어져온 악습(선임의 구두닦기, 후임병 군기잡기 등)을 전승하고 있는 태정이를 보며 결코 화를 낼 수 없었던 건 영화의 첫 부분 남성들이 다시 ‘진짜 사나이’로 강제 출산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 것 같다. 그것은 승영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일으키자 화장실로 후임병들을 불러 승영을 때리고 이후 진심으로 사과하는 태정의 모습을 통해, 그들의 문화에 동질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존전략과 시스템에 저항할 수 없는 무기력함이 충돌하는 모습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제대 후 군대에 대한 기억을 다시 떠올리고 싶어 하지 않는 태정 역시, 결국 진짜 사나이를 생성하고자 하는 시스템의 보이지 않는 피해자일 것이다.

 
2. 군대(군대문화)에 길들여지지 않는 남성 (승영이를 통해)

태정의 중학교 동창인 승영은 군대안의 부조리함을 결코 받아들이지 못하는 관심병사이다. 소신을 굽히지 않으며 군대의 암묵적인 문화를 따르지 않아 항상 여러 가지 사건을 만들지만 늘 태정이 수습을 해주곤 한다.

우리는 이론적으로 모두가 yes!라고 말할 때 no!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배우지만, 우리 사회에서 실제로 no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늘 배제당하거나 착취당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어쩌면 다수의 의견을 따라 사는 것이 좀 더 쉽고, 정의로운 것이라는 사고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며 살아왔기에, 마치 대나무 같이 꼿꼿한 승영을 보고 있자니 답답함에 울화가 치미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자칫 유약한 존재로 비춰질 수 있으나 돌이켜보면 승영이 얼마나 강한 인물인지 알 수 있다. 저항과 동질, 마지막 자살에 이르기까지도 혼신의 힘을 다해 투쟁한 승영을 어느 누가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결국 군대 문화에 종속되야만 했던 승영을 보며 남성성의 본성에 대해 다시금 질문해 본다. 처음부터 남성이었는가? 아니면 남성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인가? 진정한 남성이 되지 못한 자는 무엇인가?


3. 결국 남성이 되지 못한 남성 (지훈을 통해)

승영의 후임으로 들어온 지훈은 참 귀여웠다. 군인같지 않은 군인, 즉 남자같지 않은 남자였다. 아무리 노력해도 군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실수투성이인 지훈은 마치 이제 막 초등학교에 발을 내딛은 유치원생도 초등학생도 아닌 과도기적인 모습을 보였다. 노력해도 숨길 수 없는 자신의 어리버리한 모습이 그대로 보여지기만 했던 지훈은 여자친구의 이별통보와 군생활의 어려움으로 결국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 지훈의 죽음은 참으로 간단했다. 마치 2년의 군 생활을 마치지 못한 남성은, 진짜 남성이 되지 못한 부끄러운 존재, 숨겨야 할 존재이기에 그의 죽음이 별 것 아니라는 것처럼 말이다.
 

4. 남성사회에서 여성의 의미 (지혜를 통해)

제대후 태정의 삶속에 급작스럽게 등장한 승영은 결코 반가운 존재가 아니다. 잊고 싶은 과거로의 직면은 회피의 대상이었고 매개체로 사용되는 것은 태정의 여자친구 지혜이다. 지혜는 태정에게 과거로부터의 도피, 탈출을 의미했고 승영에게는 이방인, 방해자를 의미했다. 남성들만의 말이 되지 못한 말들이 오고가는 자리에 지혜는 즉 여성은, 그저 유희를 위한 도구로써 왜곡된 영웅담에 동감할 수 없는 인내심이 부족한 타인에 불과했다.
 

5. 용서받아 마땅한 자들

두 시간 남짓한 군대이야기 안에는 강요와, 억압, 저항의 공간속에서 개개인의 생존 전략이 녹아들어있다. 순응하고 살아남을 것인가? 투쟁을 통한 새로운 공간을 만들 것인가? 2년여 동안 한 공간에서 진짜사나이로 길러지고 있는 그들의 성장과정에서는 잘잘못의 논리가 의미 없었다. 그들 모두는 철저하게 개인이 무시되는 구조 속에서 때로는 가해자가 되었고, 때로는 피해자가 되었다. 2년을 견뎌낸 소위 말하는 진짜 사나이가 되었다 할지라도 사실상 진정한 승리자는 없으며, 작은 사회에서 큰 사회로의 귀화와 동시에 그들은 다시 큰 사회의 시스템 부적응자가 되며, 결국 패배감을 맛보게 된다.



“영화를 통해 한 남성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전 생을 훑어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남성사회가 인정해 주는 남성의 탄생부터 비로써 그들이 원하는 남성이 되어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말이다. 소름끼치도록 비인권적인 그들의 성장과정을 보며 짠한 마음이 들었던 건, 그들의 문화를 이해한다기보다는, 그들이 독보적이고 은밀한 그들만의 문화가 형성되기까지 그들 한명 한명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남성들만의 은밀한 이야기, 남성들만의 은밀한 문화. 사실 그 안에 남성은 단 한명도 없었다. 그저 배제되기 않기 위해 버둥거리는 사람들만이 존재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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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보고서에서도 언급되듯이, 영화를 보면서 <한 남성의 탄생부터 죽음까지의 전 생을 훑어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는 부분이 많은 울림을 줬던 것 같습니다. 어떤 특정 남성성이 존재한다고 간주하고 시작했던 남성성문화연구는 상반기를 지나면서, ‘어떤 특정 남성성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관점의 전환을 겪은 김치팀이 남은 하반기 동안 어떤 연구들을 펼쳐가게 될지 모두 기대해주시기를 바라면서! 김치녀들의 액션을 계속됩니다,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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