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물]나의 비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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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7월 콩물세미나로 김애란 소설 [비행운]을 함께 보았다. 악화일로의 삶을 살아가는 각각의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들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세미나를 준비하며 각자 자신의 비행운을 적어보고 이야기 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여기 힘쏘님의 비행운을 실어 느낌을 함께 나누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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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align="right">힘쏘</p>
시골마을에서 사남매 중 둘째 딸로 태어난 나. 넉넉지 않은 사정에 사남매 뒷바라지 까지 부모님의 몸은 남아나질 않았다. 돈이 뭔지, 왜 필요한지를 알지 못하는 나이라서 그랬는지 난 둘째라는 서러움에 갇혀 원망만 쌓아갔다. 한 번도 내 것인 적 없던 되물림 받은 옷과 신발, 원치도 않은 바가지 머리... 항상 나는 없었다. 준비물 하나에, 단 돈 오백원에도 눈치 봐야 했던 시간들. 누가 그러라고 한 것도 아닌데 나는 혼자 눈치 살피며 나이기를 포기했다.
20살, 독립은 했지만 독립은 아닌 대학시절. 뭐하나 할 수 있을 것만 같던 나이. 일주일 6만원이란 용돈을 받으며 그 안에서 밥값, 차비, 술값 등을 꾸준히 써나갔다. 자존심강한 나에겐 일주일 6만원이 목숨 값과 같았다. 누구에게 돈 없다는 말도 빌려달라는 말도 할 수 없었다. 월요일 통장에 6만원이 들어오지 않은 날이면 초조함과 불안함이 밀려왔다. 부모님께 전화해서 말하기도 어렵다. 그냥 ‘알아서 줬으면...알아서 줬으면,,, 알아서...’ 결국 불편한 마음을 안고 전화하여 전날 봤는데도 안부를 물었다.
뜨거운 여름날, 돈은 없어도 학교에 가야했던 그 날, 단돈 몇 천원을 손에 쥐고 있었던 그날. 점심으로 돈까스를 먹자던 친구의 말에 자존심이 상해 ‘먹자!’하며 그 돈을 한 끼 식사비로 다 써버렸다, 집으로 가는 길... 같은 버스를 타고가자는 친구들의 말에 나는 약속이 있다며 둘러댔다. 집 가는 길에 누군가 거짓말 했던 나를 볼까봐 맘에도 없는 책을, 잘 가지도 않는 도서관 까지 빌리러 갔다. 그리고 모두가 집에 돌아갔을 거란 확신에 찼을 때 터벅터벅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내내 뭔가 모를 감정과 함께 그 무거운 책을 들고 꺼억 꺼억 눈물을 흘리며 한 시간을 걸었다. 천원을 말하지 못해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첫 월급을 받던 날 나는 굉장히 흥분해 있었다. 매달 25일 딱딱 맞춰 통장으로 돈이 들어오니 누군가에게 기대하며 가진 불편함, 꺼억 꺼억 울지 않아도 될 거란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 역시 스스로가 돈을 번다는 것은 달랐다. 내가 좋아하는 옷, 좋아하는 머리스타일 다 내 것이었다. 누군가 정해주는 건 없었다. 이제 모든 것이 나였다. 술자리에서 문득 앞에 있는 안주가 팔천원짜리 김치찌개가 아닌 싱싱한 회라는 것에 대한 만족감에 기분이 들떠있었다. 돈은 한푼도 모으지 못했지만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 꽤나 쏠쏠하고 재미있었다. 아니 행복했다.
이번 주말 양손가득 먹을 것을 싸들고 시골집에 내려갔다. 행복감에 빠져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오랜만에 내려온 딸을 반기며 마당 앞에서 고기를 구워주시는 아빠. 집에서 담근 달달한 매실주를 한잔하며 하신말씀 “아빠 급한데 오백만원만 빌려줄 수 있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동안의 행복에 대한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내 미래에 대한 두려움...30살의 나의 모습,,,주말 시골집에서의 매실주를 홀짝거리며 생각했다. ‘나의 비행운은 계속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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