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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역사를 걷다, 2014 민들레순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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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댓글 0건 조회 7,285회 작성일 14-10-05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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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개복동 성매매업소 화재참사로 14명의 여성이 죽음을 맞이하였고 가까운 군산 임피승화원에서 장례를 치루었었다. 2006년, 희생자 중 두 명의 언니가 무연고자로 안치되어있던 임피승화원(봉황공원묘원)에서 무연고자로 안치될 수 있는 시간이 모두 지나 더 이상 보관할 수 없다고 하는 연락이 왔고 센터는 언니들의 연고자가 되어 지금의 일반 안치실에서 매년 언니 두 명에게 인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2006년 임피승화원에 언니 둘을 일반실에 모시고 대명동과 개복동 현장을 걸었던 것이 민들레순례단의 시작이었다.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되고(2004. 9. 23) 꼬박 1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활동가들과 언니들 그리고 10년의 시간을 목도하고 오롯이 살아온 많은 사람들은 아마도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여 민들레순례단에 참여한 것 같다. 대명동과 개복동 화재참사 그리고 그로인해 희생된 여성들의 죽음은 사회에 ‘성매매’라는 단어와 의미를 던졌고 사람들에게 성산업공간안의 여성들의 현실을 생각해보게 하였다. 많은 여성인권 관련법이 그러하였듯 성매매방지법도 스무 명 가까운 여성들의 죽음으로 만들어지고 시행되게 되었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사람들의 인식변화는 활동가들이 느끼기에 너무나도 더디게 변화하는 듯 하고 센터의 문을 두드리는 여성들의 현실은 여전히 폭력과 고통 속에 있다. 당연히 2014년 민들레순례단을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개복동, 아 개복동
건물 노후 등의 이유로 군산시에 의해 2013년 초 철거된 개복동 화재참사 건물의 흔적은 지금 공터로 남아있고 여성인권역사를 공부하며 거기 그 자리에 있었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건물을 세우고자 건립추진위도 발족하고 기자회견도 하였다. 그러나 군산시는 전혀 관심조차 없었고 방치되어 시간이 흐르는 과정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 하던 끝에 추모 상징조형물 제작에 착수하게 되었다. 
누구라도 그 공간을 지나며 의미를 알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겼으니 바로 개복동 주민들의 반대였다. 그것도 아주 거센 반대. 이후 주민들과의 만남의 자리에서 들은 바로는 여러 가지 오해가 있었다고 한다.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그 낙후되어 버린 동네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은 군산시의 무관심속에 방치되다 시피 살아가고 있었고 화재참사 당시의 충격과 트라우마 또한 가진 채로 그날의 기억을 잊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그 여러 가지 간극과 의미들을 모두 글에 실을 순 없겠지만 분명 우리가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이다. 결국 개복동 주민들과 합의한 끝에 현장에서 집회는 하지 않고 간단한 추모의례 정도만 하고 지나가는 것으로 이야기 되었고 이성당 앞 광장에서 집회를 준비하게 되었다. 
여성인권의 역사를 걷다.
이번 민들레순례단은 군산지역에 남아있는 여성인권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과거, 현재, 미래 - 여성인권역사를 걷다’라는 제목으로 기획되었다. 9월 23일 오전 10시 임피승화원을 시작으로 산북동에 위치한 군산 아메리카 타운을 들려 유곽지역이었던 명산시장 골목을 지나 대명동과 개복동을 돌아오는 순서로 걸었다. 전국에서 250여명의 반성매매 활동가들이 버스를 타고 자차를 타고 혹은 기차와 비행기를 타고 군산으로 모였다. 
군산 아메리카타운은 지금도 영업 중인 미군대상 기지촌이다. 6~70년대 하루 500명 이상의 미군이 다녀갈 정도로 번성했던 아메리카타운은 미군감축 정책과 함께 점점 쇠락해져 갔지만 90년대 들어서 한국여성이 떠난 자리에 필리핀이나 러시아계 여성들을 연예흥행비자(E-6)로 수입해 영업토록 하였고 규모는 많이 작아졌지만 이런 형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아마도 처음일 것이다. 그렇게 수많은 여성들이 아메리카 타운을 둘러보고 가는 것은 말이다. 클럽은 언덕을 타고 분포되어 있고 맨 꼭대기에 아메리카타운 번영회와 미군방법초소가 마주보며 서있다. 그리고 그 뒤편으로는 7~80년대 한국여성들이 거주했던 옛 숙소가 엄청난 규모로 자리해 있는 것이 보인다. (‘아메리카타운 왕언니 죽기 오분 전까지 악을 쓰다 - 김연자’ 책을 참고하면 역사를 자세히 알 수 있다) 
그 다음 도착한 곳은 일제시대 신흥동 유곽골목이었던 명산시장이다. 1920년대 신흥동 유곽거리는 일본인 관리와 역부들이 드나들며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곳이었다. 명산시장에서 지금도 그 흔적을 작지만 찾아볼 수 있다. 활동가들은 자료집에 적힌 내용을 보고 버스에서 내려 찬찬히 둘러보며 걸었다. 500원만 내면 긴 밤을 보낼 수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 ‘500고지’ 언덕은 지금도 옛 건물과 집들이 빽빽하게 붙어있는 모습이다. 해방이후 신흥동 유곽이 폐쇄되며 유곽거리에서 업소나 행인들에게 채소를 팔던 상인들이 남아 지금의 명산시장이 되었다. 반면 유곽의 여성들은 해방 이후 500고지(지금의 창성동) 판자집에서 영업을 하다 길 건너 개복동으로 옮겨 가게 되었다고 한다. 맥주를 먼저 마시고 성매매를 한다고 하여 ‘텍사스 골목’으로도 불렸다. 
대명동과 개복동 화재참사 현장에서 간단한 당시 설명을 듣고 추모의례를 한 후 이성당 앞 광장에 모였다.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되기 까지 여성인권의 역사가 어떻게 변모되었는가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었던 순례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역사를 공부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힘은 어디서 올까 했을 때, 바로 순간 순간을 함께 하는 활동가들과 언니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우리에게 힘을 실어주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여성인권의 역사는 쓰여지는 것이 아닐까? 죽음으로 시작되어 아직도 아픔은 곳곳에 느껴지지만 성매매방지법으로 성산업 공간 안에서 여성들은 협상력을 갖게 되었고 국가의 예산으로 지원을 받아 자활을 꿈꿀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의 10년은 여전히 지난한 싸움과 설득의 시간이 되겠지만 한 사람씩 더 만나고 더 이야기 하면 분명 성매매여성이 처벌되지 않는 ‘비범죄화’의 날도 반드시 올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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