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매매 운동이 ‘마을’과 만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 활동소식

반성매매 운동이 ‘마을’과 만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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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댓글 0건 조회 6,855회 작성일 14-11-04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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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숙
며칠 전 송전탑 건설 반대 투쟁 현장인 밀양에 다녀왔다. 바쁜 농사철이라 다들 농촌활동으로 연대활동을 하고 있는 터에 하루 몇 시간의 방문이 죄송스러웠지만 너무 멀다는 이유로 한 번도 찾아보지 못해 마음에 걸렸던 터에 센터활동가들과 함께 갈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대책위 관계자들과 지역 주민들이 반갑게 맞아주셨고 천막으로 지어진 농성장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10여 년간의 기나긴 싸움의 과정을 이야기 하실 때는 그야말로 눈물이 앞을 가려 말씀을 못하셨다. 마을 주민들끼리 몸을 나무에 묶어가며 싸워야 했던 너무 외로웠던 시간을 보낸 기억을 이야기 하실 때 특히 그랬다. 이제는 연대자들이 많아져 외롭지 않아 힘이 많이 된다고 하셨다. 물론 지역주민 모두가 그 투쟁에 나선 것은 아니다. 보상 문제로 마을이 두 진영으로 나뉘어져 있다고 했다. 마을 송전탑의 문제에서 시작하여 이제는 ‘우리 모두를 위한’ 탈핵운동의 최전선이 되고 있는 주민분들의 소박한 말투의 이야기가 그 어떤 전문 활동가의 이야기보다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수 년간 농사짓고 살아온 삶터를 지켜내기 위해 삶을 걸고 살기 위해 싸우는 자들의 간절함 때문이었을까.

지난 9월 23일 성매매방지법을 탄생시킨 현장, 군산 개복동 화재참사 공간에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을 상징하는 조형물을 세우고자 했던 계획이 유보되었다. 지역주민들의 강력한 반대 때문이다. 전국의 관심 있는 분들의 후원과 지지로 목표했던 모금액이 초과달성 되었고 작가의 작업도 거의 마친 상태인데 지역의 주민들이 그야말로 결사반대 하고 나선 것이다. 몇 차례의 간담회 과정에서 조형물의 의미에 대해 설득하려 했으나 도무지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 처음엔 ‘무조건 반대’라고 생각하여 군산시와 주민들에게 몹시 화가 났다. 
그런데 가만가만 몇 분의 주민들과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어 주민들이 개복동 화재당시에 대한 트라우마가 심하고 죄책감이 섞인(나의 해석이다)분노와 자기 동네에 대한 낙인, 오랫동안 그 거리를 방치해둔 군산시에 대한 원망, 성매매 여성에 대한 낙인 등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주민들은 모두 이제 덮고 잊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니 조형물이니 순례단이니 자신들을 괴롭히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 한 공간을 두고 ‘우리가 사는 우리 동네다’. ‘여성인권의 상징공간이다.’ 하며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나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많이 아팠다. 성매매의 폭력적인 구조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상처와 흔적을 남기고 있는 것이라는 감정 때문이었다. 어떻게 서로 소통하고 치유하고 회복 할 것인가? 남겨진 과제가 지난하다. 조형물은 아직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의미 있는 공간에 설치하기 위한 과정을 계속 겪고 있다. 
최근에 선미촌 정비를 위한 민관거버넌스 정책팀에서 선미촌 성매매 업소집결지의 골목과 그 주변 동네를 함께 걸었다. 현장방문 상담과는 다른 시간대에 다른 시선으로 한번 걸어 본 것이다. 업소와 업소 사이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 사이에서 꽤 큰 폐가들을 보았고 보증금 없는 월세 10만원짜리 집에 살고 계시는 어르신도 만났다. 그분이 앉아계시는 의자 옆에는 큰 대야 몇 개에서 자라고 있는 상추와 채소들이 보였다. 불법 증축으로 여기 저기 위험하게 달아맨 건물들도 유심히 바라보고 골목길을 막아 유리방을 만든 어이없는 공간도 보았다. 선미촌 바로 옆 동네라는 이유로 함께 낙후되었다고 여겨지는 주변 동네도 걸었다. 오르막길이라서 좀 힘들었지만 곳곳에 텃밭과 나무들이 있어 공간이 여유로워 보였고 햇볕이 잘 드는, 생각보다 괜찮은 동네였다. 
100억이 넘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도시재생거점센터에도 들렀다. 현재로선 주변 풍경과 전혀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미촌이 이 주변 동네와 어떻게 조화로운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을까? 정말 정치적 상상이 필요한때다. 올해에도 몇 차례 더 걸어볼 것이고 내년에는 각계 각층의 사람들과 소규모로 함께 걷고 이야기 나누는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책 ‘모두를 위한 마을은 없다’를 읽으며 마을을 구성하는 다양한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다. ‘마을은 삶터이기도 하지만 누군가가 노동하는 일터이기도 하고 성적 소수자들도 살고 있고, 폐지 줍는 노인들이 있고, 가출한 청소년이 모여 놀고 있고, 어디선가 매 맞는 아내도 있다.’는 것이다. 덧붙이자면 마을에는 성매매 업소도 있고 성매매 여성도 있다. ‘모두를 위한 마을은 될 수 없지만 모두를 위한 마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밀양의 할매들이 행복한 송전탑 없는 마을, 군산 개복동 주민들이 화재사건을 상처로서만이 아니라 치유와 회복의 장, 인권과 평화교육의 문화공간으로 전환시키는 일에 함께 할 수 있는 마을, 성매매 업소 집결지인 선미촌이 낙인과 고립의 공간이 아니라 누구나 드나들며 인권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는 공간으로 새로워지는 상상... 요즘엔 이런 생각들을 많이 하며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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