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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포럼 후기 - 소년은 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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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댓글 0건 조회 7,212회 작성일 13-11-04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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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
 
처음에 남성포럼을 제안 받고 갔을 때는 ‘어떤 얘기가 나올지 궁금한데 한 번 가볼까?’라는 생각으로 갔다. 첫 모임의 주제인 ‘성구매 남성’에 대해 내가 아는 게 별로 없지만 가서 얘기를 듣고 얻는 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고, 어떤 재미나 흥미를 얻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지식을 얻기 위한 것이었다. ‘포럼’이라는 단어도 보통 그런 의미로 쓰이니까 더 그런 생각을 가지지 않았나 싶다. 어쨌든 지금은 이 모임에 흥미와 나름의 의미를 찾게 된 것 같다. 만약 단순히 뭔가를 알기 위해서 왔다면 음... 나한테 그렇게 중요한 모임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번 모임의 주제는 ‘소년은 울지 않았다’였는데, 지금까지 나는 남성이 눈물을 흘린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는 고민을 해보지 않았다. 그냥 평소에 ‘남성의 눈물’에 대해서 떠오르는 이미지는 ‘사나이는 태어나서 3번 우는거야.’라거나 끈끈한 우정과 의리 같은 것들이었다. 물론 동의되지 않는 얘기들이지만. 어쨌든 나는 울고 싶으면 잘 우는 사람이었고, 울든 웃든 그냥 자기감정에 솔직하면 되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모임에서 영상을 보고 나서 사람들이 ‘남성의 눈물’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듣고 ‘남성의 눈물’을 가지고 이렇게 다양한 얘기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나는 신기했다. 남성의 눈물을 통해 남성이 울어서는 안 되는 이유, 나약함을 드러내지 말고 강인해지라 요구하는 사회 등 각자의 경험을 덧붙여서 이런 얘기들을 하는 것이 정말 신기했고 흥미로웠다. 모임 때 나는 뭔가 정리되지 않은 얘기들을 했었지만, 이번 모임을 통해서 ‘남성의 눈물’에 대해서 고민해볼 것들을 많이 가져온 것 같다.
 
모임이 끝나고 나서 스쳐지나가는 듯 한 생각이었지만 이번 모임에서 얘기한 것들은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이 떠오르게 했다. ‘에반게리온’을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공감이 안 되는 얘기일 수도 있고 본 사람이더라도 의견이 다를 수 있겠지만, 나는 ‘에반게리온’의 오프닝곡에서 ‘소년이여 신화가 되어라’라는 가사와 ‘에반게리온’의 주인공 신지가 이 주제와 겹치는 부분이 있어 보였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상황이더라도 ‘신화’가 되어야만 하는, 그리고 어떤 피할 수 없는 이유로 자신이 고통스럽더라도 그것을 견뎌내고 강인해져야만 하는 또는 그런 척해야만 하는 모습들은 이 주제와 겹쳐보였다. ‘에반게리온’의 상황은 너무 극단적인 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나는 상통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남성포럼의 2번째 모임이 있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남성포럼 모임에 간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이 미심쩍은 눈빛으로 나에게 거기는 뭐하는 곳이냐고 물어봤던 게 떠오른다.(아마 남성연대가 연상돼서 그랬을 것이다.) 이 질문을 받고 나는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 했는데 그 때까지만 해도 남성포럼이 나도 뭘 하는 곳인지 잘 감이 안 잡혔었고, 크게 고민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이 모임을 설명할 때 어떤 지향이나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행동 같은 것이 뭐가 있다고 설명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거 같다. 
 
아직도 주변 사람들에게 남성포럼을 어떻게 말해야 잘 설명을 할 수 있을지 감은 안 잡힌다. 하지만 남성포럼이 나한테 어떤 의미인지는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남성포럼이 어떤 운동적인 지향이나 행동을 가지고 있다고 얘기하기는 힘들지 몰라도 나한테 이 모임은 무척 중요하다. 지금껏 나를 들여다보고, 드러내는 것이 부족했던 것 같은데 남성모임은 이것들을 고민하게 해주고, 할 수 있게 해주는 모임이기에 나한테는 이 모임이 각별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나는 내 얘기를 터놓을 수 있고, 그런 얘기를 같이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남성포럼이 좋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나가는 모임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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