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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가는 연대] 밀양 그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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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댓글 0건 조회 7,136회 작성일 13-11-04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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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가는 연대 코너 이번 시간은 밀양 송전탑 설치 반대의 목소리를 환경운동연합 박정희 회원님을 통해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1019일 송전탑 건설을 온 몸으로 막느라 가을걷이를 하지 못하시는 밀양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위해 농활단을 조직해 다녀왔으며 글쓴이 박정희님도 농활단에 함께 참여하셨습니다. 비록 함께 하진 못했지만 글로나마 밀양의 목소리를 나눕니다.


 


 


 


전북녹색당 박정희


(전북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동물권활동가, 전북환경운동연합 회원)


 


요즘 난 부쩍 2011311일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 앞바다의 대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로 인하여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한 대한민국 사람들의 기억은 어떤 모양으로 각인되어 있을까 혼자 묻곤 한다.


분명 대다수는 뉴스에서 나온 쓰나미 상황에 대해서만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2013년 일본 방사능 해산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전엔 어느 누구도 일본 원전사고의 그 무서움이 우리의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저 소수의 깨어있는(?) 사람들만이 미친 것 마냥 탈핵을 말했고 그들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시선은 강 건너 불구경이었다.


그렇다, 이글을 쓰는 나도 불구경하는 사람들 속에 있었다. 어느 정도였는지 고백하자면 대한민국에 핵발전소가 몇 개가 있는지 조차 몰랐다. 또한 전기에 대한 그 편리함에 매료되어 삶의 안락함이 필요하다면 원자력발전은 필요하다고까지 생각하였던 한마디로 몰상식의 경계에 있던 고학력 여성이었다.


그러나 다행이도 나는 다큐멘타리 사진작가 오오타 야스스케의 기록인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을 보면서 모든 기준과 생각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동물권(Animal Rights) 운동을 해오던 내게 동영상 속 후쿠시마는 모든 것이 죽어가는 지옥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밀양 이야기를 듣고 싶은 당신에게 왜 이렇게 핵발전소 사고를 얘기하는지 아시길 바란다.


밀양은 단순히 765KV (220V만 아는 나는 상상도 안되는) 송전탑 설치에 대해 반대하는 지역민과 전력수급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한전이 부딪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31019일 태어나서 처음으로 밀양을 향해 갔다. 영화 밀양으로도 유명하고, ‘밀양 아리랑으로도 유명한 그 곳을 관광이 아닌, 어지러운 시국 때문에 억울한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기 위해서 갔다.


아침 7시에 출발하여 전북환경운동연합 활동가 4명과 회원 2명 총 6명은 너무도 아름다운 가을 날을 만끽하며 운전 3시간 후 오전 10시경 밀양에 도착했다.


그 날 밀양은 무거운 구름으로 간간히 비를 뿌리는 날씨였다.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의 거점인 금곡 헬기장 부근에 도착하여 우선 송전탑 건설 반대 투쟁으로 가을걷이를 못하고 있던 농가의 콩밭 일을 도왔다. 전주에서 온 우리를 반긴 분들은 먼저와 일하던 대구 환경운동연합 회원과 활동가들, 그리고 서울에서 내려온 교회의 대학생들이었다. 해보지 않던 밭일을 2시간 정도 해서 우리는 겨우 콩밭 하나의 가을걷이를 끝낼 수 있었다. 콩밭에서 보이는 마을 근처에 노란 애드벌룬이 높이 떠 있었는데 그 곳이 바로 밀양의 심각성을 처음 세상에 알린 고 이치우 할아버님이 분신하신 철탑자리라는 설명을 콩밭주인으로 듣는 그 순간,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 복받쳤다. 사람이 죽어도 눈 하나 꿈적 않는 잔인함은 도대체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간단한 점심 후 금곡헬기장 앞 농성장으로 이동하였다. 허름한 천막집 안에는 그저 가만히 있기만 하여도 힘들어 보이는 70,80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초라하게 농성장을 지키고 계셨다. 도로 건너편에는 20,30대의 신체 건장한 경찰과 한전 관계자들이 우리를 매우 불편하게 경계하고 있었다.


뭐라 설명해야 이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제대로 그려볼 수 있을까? 초라하게 주름지고 그저 작아 큰 숨 한숨으로도 날아갈 듯 한, 그저 거죽만 남고 모든 것을 희생한 못 배운 시골의 우리네 어머니 같은 그 분들, 걸어 나오는 모습조차도 구부정하니 불편하고 마디마디가 굽어져 걸음걸음도 힘겨운 그들은 이런 농성장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그 분들은 그저 마른 눈물만 눈에 머금고 목메어 말도 잘 하지 못하셨다. 그저 멀리서 와줬다고 고맙다고만 하시며, 그 와중에도 본인들의 먹거리를 주섬주섬 꺼내어 우리 손에 집어주셨다. 그저 가진 것이 있으면 자식들에게 퍼주는 시골의 넉넉한 마음 가득한 할머니들이 바로 그 분들이다. 그런 분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신다. 많이 배우고 속칭 성공했다는 그 잘난 한전직원들과 행정가들을 향해 쉰 목소리로 외치신다. 제발 억지 공사하지 말라고.


힘내시라고 말씀도 청해듣고 구호도 힘차게 외쳐드리고 준비한 프랑카드도 달아드렸다.


이 분들과 좀 더 있고 싶은 마음을 뒤로하고, 송전탑 문제의 근본지인 고리 원전으로 달려갔다. 고리 핵발전소에 가서는 불량제어케이블 문제와 송전탑 강행에 대한 집회를 하였다. 그 와중에 한전을 깨진 요강단지처럼 지키려는 청원경찰들과 작은 소란도 있었다. 저녁엔 밀양 상동역에서 108회 촛불문화제에 어울려 이 곳 분들에게 힘내라하면서 흥겨운 시간도 가졌다.


밀양 그 곳은 우리의 미래의 방향에 대한 싸움이 있는 곳이다. 에너지정책에 있어 제대로 된 미래방향을 잃는다면 우리 다음세대에겐 희망은 없다. 현재의 후쿠시마 그 곳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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