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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성매매 무엇이 문제인지, 계속 사람들과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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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댓글 0건 조회 6,775회 작성일 13-10-07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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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경숙

 

올해 민들레순례단 활동이 특별했던 것은 군산지역의 시민들과 직접소통의 시간을 가졌다는 것이다. ‘개복동과 대명동의 화재사건을 기억하는지, 그 건물이 철거된 것을 알고 있는지, 그 공간이 여성의 인권과 관련된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어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시민들과 만나서 묻고, 짧은 시간이지만 토론한 것이다. 시민들은 지금 경기도 안좋고 먹고 살기도 힘든데 게다가 좋지도 않은 기억인데 왜 굳이 그 기억을 다시 해야 하는가꼭 의미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의 의견들을 들려주었다. 순례단 활동가들은 동의이든 반대이든 시민들과 그 사안을 놓고 소통해 본 것만으로도 활기를 얻었다고 평가하였다.

 

군산 개복동 여성인권센터 건립(가칭)’을 위한 활동은 성매매를 지속시키는 거대한 벽과 마주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쉽지 않다. 행정과 정책 담당자들을 만나고 지역의 정치인들을 한 사람 한 사람 만나면서 세상에 없는 길을 새로 만들어 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의 당위와 필요등과는 무관하게 다른 가치와 상황들이 이미 존재하고 그것들과의 경합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더욱 활동의 과정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가 운동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데 그 과정은 결국 사람들과의 만남이고 소통이고 설득이고 토론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아가고 있다.

 

최근 성매매업소 집결지 선미촌 문제해결을 위한 민관거버넌스조직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전주의제 21의 위원회 사업으로 제안되었고 지금 준비과정에 있다. 그 논의과정에 참여하고 조직을 구성하기 위해 관련기관의 사람들을 만나면서도 위와 같은 생각이 든다. 너무나 당연하고 상식적이라고 생각되는 법 집행력이 발휘되지 않는 상황에서 비판을 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일 역시 무력할 때가 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지속적으로 관련된 사람들을 차근 차근 만나 때론 갈등하고 때론 합의하는 시간을 거쳐 그만큼의 대안을 함께 구성해나가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 민주노총 한 조직의 간부들 교육 프로그램에서 성매매와 여성인권강의를 하게 되었다. 나로서는 낯선 대상이었고 부담스럽기도 하였다. 강의가 시작되고 성매매를 둘러싼 이윤집단과 착취구조,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문제, 성구매와 남성문화 등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하였다. 그리고 노동운동 조직을 포함한 진보적 정치의식을 가진 남성조직들이 왜 성매매와 관련해서는 블랙홀처럼 진보적 사고가 정지해버리는가라고 물었다. 이미 누리고 있는 권력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 것이다. ‘권력실현과 정서적 위안으로서의 성구매가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맥락을 살펴보았다. ‘남자는 울지 않았다라는 단편애니메이션에 나오듯 어떠한 슬프고 아픈 일 앞에서도 울면 안되는 남자로 길러지는 과정이 남성성을 왜곡시키고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방식의 정서적 위안과 쾌락을 구매하는 일에 무감각해지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해보았다. 물론 나의 강의가 몇몇의 사람에게 울림이 될지, 생각을 다시 해보는 계기가 될지, 그리하여 실천이 달라질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은 했다. 어쩌면 세상에 태어나 처음 듣는 이야기들에 나름 진지하게 집중하는 모습들을 보았기 때문인가 보다.

 

매년 9월이면 우리 센터에서는 성매매 경험당사자들과 비경험 활동가들이 함께 반성매매 연속 집담회를 한다. 센터의 다양한 지원을 받는 자와 활동가 간의 날 것인 생생한 이야기가 주고받아지는 장이기도 하다.

 

올해에는 경험 친구가 센터와 만난 초기과정의 감정적 불편함과 고통들에 대해 던진 이야기가 다른 경험 친구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 일으켰고 활동가들에게는 여성주의적 상담에 대한 깊은 고민을 갖게 했다. 센터의 지원을 받으면서 시작되는 성매매여성이라는 정체성 확인과 성매매구조에 대한 이해가 여성들에게 어떻게 경험되는지를 들을 수 있었다. ‘성매매가 나쁜 것이라면 그 구조에 있었던 나도 나쁜 것 아닌가’, ‘성매매 피해자로 불려 질 때도 성매매 공간에서의 때론 기쁘고 때론 슬펐던 모든 시간이 부정당하고 피해자로서 무력해 지는 것 같았다.’, ‘많이 힘들었죠 하면서 손을 잡아주는 것도 불편했다. 도대체 당신들이 무엇을 알긴 알고 그러는 건지’, ‘성매매 피해신고를 위해 진술서를 쓸 때 피해의 내용만 집중적으로 진술하는 것이 불편했다.’는 말은 활동가들이 여성차별과 폭력구조로서의 성매매를 인식하고 성판매의 위치에 놓인 여성들을 피해자로 해석하는 일에 익숙하다는 것, 그러나 그 여성 개개인의 삶과 경험이 온전히 드러나게 하는 시간과 공간은 부족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성찰하게 했다.

 

성매매 경험을 경험당사자 자신이 해석할 수 있는 힘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삶이기 때문에. 성매매 여성은 처벌받지 않아야 한다는 성매매 여성 비범죄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되었다. 성매매 여성의 경험을 통해서 왜 성매매여성은 죄가 없는지, 그래서 처벌받아선 안되는 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모아져야 한다. ‘나도 나쁜 것 아닌가라는 낙인으로부터 여성들이 해방되기 위해서.

성매매를 둘러싼 이야기의 범주는 다양하다. 지금 해야 하는 일은 성매매와 나의 관련성을 자각하고, 무엇이 문제인지 드러내고, 해결의 실마리를 함께 모색하는 사회적 논의가 계속 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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