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민들레순례단 -“군산시민여러분, 저희는 민들레순례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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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은솔
벌써 군산 대명동 화재참사는 13주기가 되었다. 그러나 얼마 전에도 업소에서 또 사건이 일어나 사망자가 발생했으니 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성산업 안에서의 여성의 인권현실은 별로 나아진 것이 없는 것 같다. 더디지만 민들레순례단은 그러한 현실 속에서도 새로운 싹을 틔우리란 희망을 안고 올 해에도 출정하였다.
우리는 먼저 임피승하원을 방문했다. 센터는 개복동 화재참사 희생자들 중 무연고 희생자의 연고자가 되어 해마다 참배의식 및 추모제를 진행한다. 활동가와 회원들은 전체 묵례 후 6~7명씩 조별로 분향을 하고 헌화와 참배를 진행하였다.
개복동 화재참사 건물은 군산시에 의해 올 3월 철거되었다.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되는데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던 사건이 일어난 그 자리에는 이제 잔디가 깔리고, 나무로 된 가림막이 설치되었다. 마치 그곳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동네의 풍경이 되어있다. 역사의 기록으로 사라진 건물, 조용한 그 터에 민들레순례단이 도착하니 금세 시끌벅적해진다. 작년 순례단이 다녀간 흔적을 안고 있는 철거 전 사진이 인쇄되어있는 현수막과, 우리의 상상의 공간으로 날아드는 혹은 날아가는 종이학이 새겨진 현수막. 두 개의 대형 현수막이 묘하게 어우러지면서 우리가 오늘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전하는 메시지가 다가온다.
추모의식으로 전국의 활동가들이 곱게 접은 종이학과 슬픔만을 안고 있던 국화 대신 준비한 흰 장미, 그리고 각자가 만들어온 피켓을 달며 현수막의 비워진 공간을 채워나갔다. 우리의 마음을 담아 훨훨 날아가도록. 그리고 언제든 돌아와 쉴 수 있도록 그곳에 여성인권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살풀이와도 같은, 일종의 의식과도 같은 강렬한 추모공연이 이어졌다. 초록 잔디 위에서 늘어진 하얀 옷의 춤사위가 더욱 돋보인다. 가녀린 한영애 선생님의 공연은 역설적이게도 보는 이를 숨죽이게 만드는 강력한 힘이 있다. 이어 여는 말과 추모사, 그리고 개복동여성인권센터(가칭) 건립의 필요성에 대한 발언이 이어졌다. 모두의 집중, 그 힘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민중노래패 낯선 사람들의 공연과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에서 준비한 댄스공연으로 개복동 행사가 마무리 되었다. 에너지를 받아 우리는 또 다른 화재참사가 났던 대명동까지 추모행진을 이어갔다. 시장의 좁은 골목 사이로 행진대열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시장 안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그 때 연이어 일어난 화재참사와 그 곳에서 죽은 여성들, 그리고 그들을 추모하기 위해 해 마다 그 곳을 찾는 우리들을 기억하고 계신다.
행진을 마치자마자 민들레 순례단은 이내 군산시내 곳곳으로 흩어져 여성의 인권을 위한 공간건립추진을 위해 대시민 서명운동을 전개하였다. 손을 모아 화이팅을 외치고, 상점에 들어가 서명을 받고, 열린 창문으로 택시기사님께 서명을 받고, 막 터미널에서 만난 외지 분에게 서명을 받고,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등을 대주며 서명을 받는 모습들. 같은 순간에 다른 곳에서 일대일로 소통하고 있는 순례단과 시민의 만남은 실시간으로 SNS에서 사진으로 공유되었다. 추모의 의식, 행사, 행진을 통해 가슴속에 뜨거움을 안고 실천 활동으로 이어진 동선은 감동의 릴레이를 통해 각 지역에서 모인 민들레 순례단에게 활동의 의미를 되새기고,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마무리를 하기 위해 시민문화회관으로 다시 모여 앉으니 욱신거리는 발바닥이지만 모두에게 활기가 넘친다. 어느새 저물어가는 하루의 끝자락, 민들레순례단의 피날레는 뭐니 뭐니해도 순례단 손수건 던지기!!
*올해 처음으로 민들레순례단에 참여한 상담소 이수연 신입활동가의 후기로 그 날의 감동을 전합니다.
군산 민들레순례단에 함께 하며.. 이수연 <!--[if !supportEmptyParas]--> <!--[endif]--> 죽음 앞에서는 삶이 회개가 되고 숙연해기지 마련인가보다. 언니들이 안치된 승화원에 서서 뜨겁게 달구어지는 눈덩이 안에서 한줌의 재가 되기까지의 그녀들의 삶을 생각해본다. 아웅다웅 하며 사는 우리네 삶, 나의 삶이 어떠한가를 생각해본다. 따갑고 매몰찬 바람과 함께 한 오늘은 새롭고 다채로운 순간순간들이었다. 화재참사로 인명피해가 난 지 10여년이 지났건만 성매매여성의 인권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할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참사현장에서, 시가 행진 속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한편 안타까웠다. 시민들의 서명을 받으면서 추모행사를 하고 ‘인권과 평화의 공간’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은 곧 여성의 권리를 찾고 더 나아가서는 모든 사람들이 큰 숲에서 마음껏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함 일 텐데 그렇게 당리당락에 그쳐 ‘먹고 사는게 더 급하다’라는 말을 들을 때에는 이해는 하면서도 안타깝다는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신박진영대표의 ‘성매매는 권력 있는 남성에 의해 힘없는 여성들이 당하는 착취’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착취’,‘매매’라는 단어가 싫다. 몰랐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성산업공간이라는 곳에서 종사하고 있는 것도, 여성들이 이렇게 제한된 공간에서 낮추어 생활하고 있다는 것도, 구매자들이 그렇게 많고 다채롭다는 것도 몰랐고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젠 알았다. 여성들이 그 안에서 추억도 있겠지만 삶의 보상을 받고 탈출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는 것을...그래서 그들을 어느 특정의 인물로 대상화하기 보다는 인간으로서, 여성으로서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게 하고 따뜻한 시선과 애정으로 그들만의 세상을 이해하면서 믿음으로 권리확보를 위해 활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상담소의 디테일한 공간에서 현장방문 상담활동가로 어떻게 서비스를 익히고, 전달하며 다가가느냐가 참 중요한 듯한데, 아직은 많이 낯설고 생소하다. 당연하겠지만 말이다. 현장지원에서 늘 돌발 상황, 위기상황이 발생되기 마련일 텐데, 선배님들의 활동내역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우선이다. 피곤했다. 그러나 살아있으니까 피곤함도 느끼는 것이리라. 살아있기에 목적 있는, 더 나은 삶을 향해 부르짖고 나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우리는 행복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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